아카데미 1 : 첫 번째 터치 소설 아카데미 시리즈
T. Z. 레이튼 지음, 윤지원 옮김 / 지양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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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빠는 축구를 엄청 좋아해요. 도마뱀하고 비디오 게임 말고는 축구 얘기밖에 안 해요..˝ 19쪽

축구를 엄청 좋아하는, 그리고 정말 잘하는 레오가 세계 여러 곳의 실력자들과 훈련하는 과정이 담긴 소설 아카데미1. 유소년의 축구 이야기라고 하면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졸업한 내게는 ‘축구왕 슛돌이‘가 제일 먼저 떠올랐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이젠 ‘아카데미 1‘이 바로 생각날 것 같다. 재미는 물론 공을 패스하고 골대에 부딪히거나 득점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눈으로 읽으나 머릿속 장면으로 바로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독자인 나도 이정도로 설레이는데 정작 우리 레오는 안타깝게도 처음 유소년 아카데미 입단을 위한 여름 캠프에 초대되었을 때 선뜻 가겠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이것도 슬프지만) 목수로 일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급여가 없는데다 엄마의 남은 학자금 대출까지 갚느라 집안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가고 싶지만 아빠를 힘들게 할 수 없는 레오의 고민을 들어주는 건 도마뱀 메시다. 메시가 어떻게 하라는 지침이나 조언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들어주는 것, 그 중요한 것이 가능한 친구였다. 십대 시절 내게도 이런 친구가 있어서 그런지 레오와 메시의 관계가 소설에 집중하는 데 더 도움이 된 것 같다. 레오가 망설이는 사이 아빠의 노력과 고모의 지원으로 드디어 캠프에 참가하는 레오! 이 과정까지도 설레는데 캠프에 합류하는 순간 이제 레오 뿐 아니라 다양한 아이들의 갈등과 어려움 그리고 이를 견뎌내는 과정을 지켜보느라 300여페이지가 그냥 지나간다.

˝축하한다고? 나는 열다섯 번째야, 3등급 중에서 꼴찌라는 얘기야. 전체 200명 중 60등이고. 최종 열한 명 안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겠냐?˝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자리를 떴다.
‘저 친구 긴장을 어떻게 풀어 주지? 걱정 많은 어른이랑 한 방을 쓰는 것 같잖아.‘ 120쪽

스포츠는 어쨌거나 승패와 순위가 존재하는 세계다보니 캠프에 참가했다라는 정도로는 안심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이곳에 모인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이상‘의 아이들이니 위의 레오의 룸메 로비의 말이 비관적이거나 건방지게 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저런 비교와 조바심으로 인한 불안함을 가지는 건 어른이 되어도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과 경쟁은 레오가 죽음이라는 공포를 느낄 정도로 심각해지는 사건에 이르게 된다. 어느 한 순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레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단순히 최종 합격자 11인이라는 타이틀만은 아닐 것이다.

˝기운 내, 레오. 최선을 다해 열중하면 돼. 축구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지름길은 없어. (...)
아카데미에 뽑히고 싶다면 너 자신이 되어야 돼. 떨어질 위험도 기꺼이 감수해야 하고. 경기를 즐기고 축구를 사라아는 마음으로 뛰어.˝282쪽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면 적절한 응원과 위로 그리고 이해가 자연스레 따라온다. 하지만 막상 그 앞에 ‘나의‘ 소유격이 붙는 순간 이성은 온데간데 없이 무조건 ‘이기는 것‘외에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레오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흘러가지만 등장하는 여러 이름들과 핀조명으로 집중받지 못한 아이들의 마음도 당연히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한 아이의 엄마라서 그런지 어른들의 난처한 입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원하고 지지하는 모습을 배울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어쨌거나 시종일관 흥미로운 시선으로 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를 단숨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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