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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댄 모든 것 - 술 못 끊는 문학 연구자와 담배 못 끊는 정신과 의사가 나눈 의존증 이야기
마쓰모토 도시히코.요코미치 마코토 지음, 송태욱 옮김 / 김영사 / 2025년 9월
평점 :
#우리가기댄모든것 #의존증 #알콜 #금연 #독서 #마쓰모토도시히코 #요코미치마코토 #酒をやめられない文学研究者とタバコをやめられない精神科医が本気で語り明かした依存症の話
힘들게 하는 사람은 힘들어 하는 사람.
마쓰모토 도시히코와 요코마치 마코토가 ‘의존증’에 관해 나눈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우리가 기댄 모든 것>을 읽으며 크게 와닿았던 문장이자 어쩌면 의존과 관련된 모든 서사에 관한 요약일지도 모른다. 동시에 사람은 왜 물질 혹은 어떤 행위에 중독되거나 의존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답이 아닐까 싶다. 헤이! 하고 서로의 이름을 누군가 부르며 나의 의존에 대해, 그리고 중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할 때, 두 명의 저자처럼 솔직해질 수 있을까. 또 자기위안에 그치지 않고 의존증에 힘겨워 하는 이들을 편견없이 그리고 편향없이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졌다.
그때 저는 확신했습니다. 지금 도요코에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들이 안심하고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일이지 결코 일제 계도가 아니며, 더구나 잔디밭이나 벤치에 설치된 ‘배제 아트’를 설치하는 일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을요. 191쪽
단순히 흡연가라거나 애연가가 아닌 ‘담배를 못 끊는 정신과 의사’를 책이 아닌 직접적으로 내 가족을 치료하는 담당의로 만났다면 어땠을까? 환자가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볼 수 있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선택하여 진료받을 수 있다는 가정하에 금연에 성공한 전문의를 찾았을 것이다. 만약 기대와 달리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잘못은 의사가 아닌 내 가족의 의지의 문제라며 ‘힘들어 하는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몰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의 주요 내용들이 의존증에 대한 항변이라고 오해하면 안된다. 다만 자기치유의 방편으로 물질이나 행위에 의존될 수 있다라는 사실과 우울증이 원인이 되었을 경우 중독증세와 우울증을 통합적으로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기억해야 할 부분이었다. 분명한 인과관계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함께 치료하는 방향으로 점차 변화되고 있다라는 긍정적인 메세지도 분명 존재했다.
따라서 약물 남용 방지라는 명분이 있더라도, 당사자를 좀비나 괴물 같은 모욕적인 표현으로 묘사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요. 그런 표현을 들은 당사자는 굴욕감에 자포자기하며 중독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90쪽
이 책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되기까지 치료방법에 있어 ‘격리’ 혹은 ‘금지’로만 치중되어 세상을 등진 사람들도 있다는 것, 정확히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중독’ 혹은 ‘의존’ 상태만 표면으로 떠올라 삶 전체를 외롭게 보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왜 무언가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왜 특정 물질이나 행위였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대상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다.
지난 편지에서 도시가 “역사상 가장 오래된 중독 관련 기록은 도박에 관한 것”이라든지, “행위를 통한 자기 통제의 성공 경험이 훨씬 더 강력한 보상으로 작용하여 의존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라든지, “사람을 의존증에 빠지게 하는 것은 물질의 약리작용이 아니라 행위를 통한 자기효능감의 경험, 즉 심신에 자극을 주고 신체 감각의 변화를 통해 기분 조절에 성공하는 경험에 있지 않나(…) 137쪽
빠르게 괴로운 상황을 회피하거나 혹은 의존으로 인해 상황을 더 좋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과연 의존의 경계를 어디에 두어야 할 지도 고민이 되었다. 담배를 끊지 못하는 도시히코의 경우 내 가족을 맡기고 싶진 않지만 전문직에 종사하며 환자가 아닌 일반적 대상을 향해 불편이나 가해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를 의존증 환자라고 혹은 심각한 중독증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마코토 역시 연구자로서 발달장애자들을 위한 저술이나 강연 그리고 환자들과의 자조모임을 알리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그가 고백하는 모든 의존경험과 종교 2세들이 갖는 문제등에 대해 상대적으로 위화감이 덜 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사람의 자기체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은 중간 중간 고백한 것처럼 의존증을 제한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나와 같은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자기자신은 물론 배우자 그리고 자녀양육에 있어서도 대상을 이해하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