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단단하게, 채근담 - 무너지지 않는 마음 공부
홍자성 지음, 최영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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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뿌리의 이야기’. 채근담이란 글자만 봐도 소박하면서도 생명력이 느껴진다. 어떤 상황이나 대상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지만 특히 스트레스나 자기수양을 위한 책을 찾는 이들에게 개인적으로 더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총 356편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고 크게 7가지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제와 상관없이 소제만 보고 찾아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 처음에는 편안하게 한 장 한 장 읽으려고 했지만 막상 글을 읽고 하단에 적힌 원문과 풀이를 읽어보니 그냥 지나치기에는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필사하다보니 거의 대부분의 글들을 적게 되었다. 매일 들여다보면 좋을 것 같은 몇 문장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하루를 살더라도, 온화한 마음과 작은 기쁨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화창한 날을 바라는 것처럼 마음의 날씨 또한 우리가 가꿔야 할 중요한 풍경 중 하나입니다.
원문풀이 중 ‘사람의 마음도 하루라도 기쁨의 기운이 사라져서는 안 됩니다. (전집 006), 33쪽

삶은 갈망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갈망이 지나간 자리를 성찰하는데서 정제됩니다. 성찰하는 마음이 자리 잡을 때, 우리의 행동은 바르고 ,마음은 고요해질 수 있습니다.
원문풀이 중 ‘사람은 언제나 일이 지나간 뒤에 오는 후회와 깨달음으로 일이 닥쳤을 때의 어리석음을 깨뜨릴 수 있어야 하며, 그럴 때 비로소 마음이 안정되고, 행동은 흐트러짐이 없게 됩니다. (전집 26), 53쪽

어떤 행사나 여행 등을 앞두고 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랐던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헌데 생각해보니 우리들의 마음, 마음이 맑기를 기도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하루라도 기쁨의 기운이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말에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었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에서 작은 것에도 기쁨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은 자주 들었지만 크든 작든 기쁨 자체가 사라지지 않기 위해 내가 지금껏 얼마나 노력해왔는지를 떠올려보니 누군가 혹은 외부에서 기쁨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던 날들이 더 많았음을 깨달았다. 특히 발췌하진 않았지만 타인으로부터 쓴소리를 듣거나 언짢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의 삶이 더 나아갈 수 있다라는 말은 지난 봄 비슷한 상황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첫 번재 주제에서는 평소에 우리의 마음밭을 어떻게 가꾸어야 할 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보니 매일 마주하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하면 전에 읽었던 인문서적 중 현대사회는 ‘자연’으로부터 격리되거나 격리시키는 사회라는 내용이 크게 와닿았는데 채근담에도 두 번이나 자연에 관한 주제가 중간과 끝을 차지하고 있었다.

모든 존재가 어느 날 문득 스승이 된다.
삶의 진리는 언제나 거창한 개념 속에 숨어 있지 않습니다. (…)
자연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우리는 그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후집007 (260쪽)

좋은 강연을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찾아 다닐 줄만 알았지 집 앞 공원이나 산 그리고 바다와 같은 자연의 소리를 듣는 여유를 일부러 찾아다닌 적은 없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게 쌓여있는 묵힌 감정들을 토해내는 대상으로만 보며 살았으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원문에서는 ‘세상 모든 사물 속에서 뜻을 깨달을 수 있어야(260쪽)’한다고 까지 하였다. 자연을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도, 시간과 어우러져 천천히 나이듦에 대한 수용도 깨달아야 할 때가 지금의 내 나이가 아닌가 싶다.

삶이란 참됨과 공허의 경계를 타는 내면의 수행입니다.
원문풀이 중 ‘세상에 있든 출세간에 있든, 욕망을 좇는 것도 괴로움이요, 욕망을 끊는 것도 괴로움입니다.’ (후집078), 332쪽

무언가 탐욕스럽게 물질에 집착할 때도 있지만 극단적으로 주위를 불편하게 할 정도로 비우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가 좋다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특히 기준을 자신이 아닌 타인 혹은 사회적 기준에 맞추려고 하면 더더욱 본심에서 혹은 진심에서 멀어지니 결국 기울어지는 마음을 제 때에 알아차리는 것 밖에는 답이 없어보인다. 채근담은 그렇게 스스로의 위치와 상태를 ‘알아차리기’위해 참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느껴졌다. 몸에도 적당하게 신선한 뿌리 채소를 필요로 하듯 우리 마음에도 이런저런 바람에 휘둘리지 않고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좋은 글을 곁에 두고 늘 함께 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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