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임파서블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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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임파서블

일흔이 넘은 은퇴한 수학교사 그레이스.
아들을 사고로 잃은 후 그녀의 삶 어디에도 ’기쁨‘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 스스로 행복하길 포기했고, 가톨릭 신자였지만 자신의 기도가 이뤄진 적이 없어 희망과 믿음도 이전과 같지 않다. 남편 칼이 떠난 후 그녀의 삶은 여러가지 질병과 수학적으로 확인되거나 계산할 수 있는 것 외에 그 어떤 것에도 마음을 열지 않고 살아가던 어느 날, 이비사 섬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아주 오래 전, 함께 크리스마스를 딱 한 번 보냈던 크리스티나가 자신앞으로 섬에 있는 집을 남겼다는 소식이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나조차도 믿기 어려운 내용이야. 그러니 내 말을 믿어야 한다는 부담은 갖지 말아다오.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내가 지어낸 부분은 하나도 없다는 걸 알아주렴. 난 마법을 믿은 적이 없고 지금도 마찬가지란다. 그래도 가끔은 마법처럼 보이는 일이 그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삶의 일부분일 때가 있어. 11-12쪽


히피문화를 비롯 이비사섬의 가장 큰 특징은 ’나이 무관‘이라는 사실이다. 현지인은 물론 여행자의 나이는 그 어디에서도 무언가를 즐기거나 체험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석연치 않는 크리스티나의 죽음과 그녀가 실종 전까지 참여했던 환경운동 그리고 누군가의 미래를 예언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소설의 클리셰를 따라가면 엄청난 금액이 갑자기 생긴 중년(그레이스는 이보다 좀 더 많은)여성이 자유로운 섬에서 물질적 풍요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이성을 만나 제2의 삶을 살아가는 내용일테지만 ‘라이프 임파서블’은 달랐다. 먼저 이 책은 우리가 ‘살아있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를 깨닫게 해준다. 그레이스가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서 자신이 이전과 달라졌음을 명확하게 깨닫게 부분은 이 책을 직접 읽은 독자라면 거의 흡사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아. 어떤 대상을 그것이 주스 한 잔일지라도 온전하게 맛을 음미하고, 맛을 느끼는 감각 그 자체를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은 ‘충만함 기쁨‘이었다.


삶을 시험지로 생각하며 정답을 찾으려는 태도, 그리고 지나친 깔끔함, 질서, 청결, 통제를 원하는 것이야말로 정신적 절망의 근간이야. 왜냐하면 그건 망상일 뿐이니까. 우린 이 세상에 있고, 우리가 바로 시험지야. 275쪽

우리가 과학적으로 인정 받았고 수학적으로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고해서 그것이 정말 다 거짓이고 망상일까? 이런 의구심을 내려놓고 나면 어느 덧 그레이스가 마주하는 모든 상황들이 더이상 활자안에 갇힌 것이 아니라 삶으로 연결된다. 무엇보다 누군가의 미래를,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면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외면하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레이스는 앞서 밝힌 것처럼 일흔이 넘은 할머니다. 내 어머니의 나이와 비슷한데 사실 주변에 70대의 여성이 없었다면 그레이스가 그저 멀게만 느껴졌을 것 같다. 또 마치 그 나이란 달라지기 전의 그레이스가 말했던 것처럼 더이상 나아지거나 나아갈 수 없는 상태라는 말에 동조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어머니는 할 수 없게 된 것과 여전히 더 잘할 수 있게 된 것을 분명하게 알고 계시는 듯 했다. 우리가 어떤 신비로운 대상을 만나 달라지는 일도 불가능하진 않지만 삶에 대한 감사와 희망이 남아있다면 누군가의 마음을 과거부터 영사기를 튼 것처럼 알 수 없더라도 헤아릴 수 있다. 또 그 영혼의 두드림은 인간에게만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동물, 식물을 포함한 살아있는 모든 것과도 가능하다. 마음의 완고함을 풀고 일단 주스한 잔을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게 그 시작이다. #매트헤이그 #베네딕트컴버배치 #미드나잇라이브러리 @influential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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