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 럭 클럽
에이미 탄 지음, 이문영 옮김 / 들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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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럭클럽 #원작영화 #에이미탄 #디아스포타 #엄마와딸 #들녘




마작 클럽 '조이 럭 클럽'에 모이는 4명의 엄마들과 딸들의 이야기. 엄마들은 중국에서 태어났고, 딸들은 그녀들이 미국으로 건너와 낳은 아이들이다. 중국어로 생활하고 차별과 억압이 당연했던 시대에 태어난 엄마들은 자유와 희망의 나라인 미국에서 딸들은 다르게 살길 바라면서도 자라온 문화에서 완벽하게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엄마는 딸에게 처음부터 자신의 과거를 전부 말하지 않는다. 딸은 엄마에게 지금 어떤 감정인지 말할 수 없다. 딸에게 들려줄 자신의 이야기가 딸에게 득이 될 지 아니면 상처 혹은 독이 될 지 알 수 없고, 딸은 자신의 감정을 본인도 잘 알 지 못하기 때문이다. '


나는 엄마의 구이린 시절 이야기를 그저 중국 전래동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야기의 결말은 항상 바뀌었다. 23쪽


상대의 내 이야기처럼 다가온다면 이미 그 두 사람의 관계가 안정적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전래동화처럼 들린다면 그건 어떤 관계일까. 모녀관계가 엄청나게 돈독할 수도 있지만 애증으로 뭉쳐 남보다 못한 사이라는 말을 서슴치 않게 하는 경우도 많다. 징메이 우가 바라보는 엄마 수 위안은 중국어에서 느껴지는 거리감, 그런 것이 존재했다. 린도와 웨벌리의 관계는 어떠할까. 이 둘의 관계는 강인한 엄마와 그녀를 두려워하면서도 배워가고 있었다. 뭐랄까. 다소 심하다 싶으면서도 이해가 가는 캐릭터랄까. 물론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물려주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해도 그것이 부담으로 느껴진다면 자녀의 입장에서 안정적이었다고 말하긴 어려울지 모른다. 


"네 시댁에 순종해라.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마." 어머니는 말씀하셨어. "그 집에 가거든 무척 행복하다는 듯 행동해. 정말로, 너는 굉장히 운이 좋은 거야." 69쪽


"중국 사람들은 많은 일을 하지."엄마는 간결하게 말했다.

"사업을 사고, 약을 만들고, 그림을 그려. 미국 사람들처럼 게으르지 않아. 물론 고문도 하지. 아주 최고로 한단다."125쪽


"새로운 미국식 규칙이다."엄마는 말했다. "메이메이는 체스를 하면서 이기기 위해 온 머리를 쥐어짜내는데, 너희가 노는 건 수건 짜는 값어치만도 못하잖아." 135쪽


딸에게 중국에서 어떻게 살았었는지 결코 말하지 않을 것 같던 잉잉이 그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는 그 이야기가 '딸을 위한'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때문이었다. 서두에 밝혔듯이 엄마들이 딸에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 하는 이유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변명이거나 가벼운 농담이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나름의 중대한 결정 끝에 터져나오기 마련이다.


나는 레나에게 내 수치에 대해 이야기해줄 것이다. (...)

딸에게 말해줄 것이다. 불과 열여덟 살에 내 뺨에서는 아름다움이 사그라들어버렸다고. 수치심을 못 견디고 호수에 빠져 죽었다는 여자들처럼 나 또한 그 안에 몸을 던지리라 생각했었다고. 그리고 그를 너무나 증오하게 된 나머지 내가 죽여버린 아기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것이다. 376쪽


자랑도 아닌 수치를, 자신이 누군가에게 버림받았고 그로인해 누군가를 버려야 했다는 이야기를 꺼내서라도 딸의 상황을 바꿔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 조이 럭 클럽'이 TV에서 방영될 때 스치듯 보았을 뿐 인데도 무슨 이유인지 계속 뇌리에 남아있었다. 성인이 되어 영화를 제대로 다 보고 난 후엔 원작 소설을 찾아 읽길 바랐기에 새로 출간된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책을 읽고서도 긴 시간 서평을 적지 못했다. 그러는사이 마음에 둔 인물이 계속 바뀌었다. 어떤 때에는 레나에게로 또 어떤 때에는 웨벌리에게로. 그리고 서평을 쓰려고 문장을 고르다 다음의 문장이 마치 정해진 듯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 엄마는 둥지 트는 연습을 하는 거야. 그게 본능이야. 세상 모든 엄마들은 다 그래. 너도 이 다음에 나이 들면 알 거다." 154쪽


둥지 트는 연습을 하는 엄마들을 보며 자라온 것 같다. 그리고 지금 나도 내 주변의 엄마들도 둥지 트는 연습을 하리란 것을 의심치 않는다. 마음속에선 늘 여기저기에서 떠나와 무언가 새로운 장소에서 새롭게 둥지를 트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사람이라면 그가 엄마든 아니든 이 책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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