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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ㅣ 래빗홀 YA
추정경 지음 / 래빗홀 / 202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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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스스로 격을 갖춘 뒤 고양이를 만나길' 이 대목.
사람은 반려동물을 들일 때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그 격이라는 말, 참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말이더라고."
18쪽
격을 갖추고 반려동물을 받아들인다면 과연 세상의 몇 사람이나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을까. 아니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소설 '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에서 가르키는 집사란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집사가 아니다. 앞에 수식어만 보더라도 아무 곳, 아무 때나 만날 수 없다. 이런 집사가 되고 싶단 생각도, 될 자격도 없지만 이 소설에 관심이 갔던 이유는 '동물의 말'을 다루는 부분이었다. 아이처럼 순수하다고 해서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테오처럼 동물쪽에서 그 능력을 허락하거나 전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얼마전 보았던 영화 '위키드'에선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기 위해 동물을 희생시키고, 그러기 위해 더이상 동물들이 말을 후손에게 가르칠 수 없도록 케이지에 가둬버린다. 동물의 말이 별개로 존재하는 것과, 인간과 함께 나누어 사용했다는 전제가 서로 다른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인간의 이기심으로 대화가 단절되었다는 점에선 양쪽 모두 똑같다. 뉴스를 봐도 한 쪽에서는 인간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 누군가는 사람앞에 서 있을때와 동물과 함께 있을 때의 인격이 달라진다. '천 년 집사 백년 고양이'에도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분노가 타오르는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는 두섬씽에서 일어나는 훈훈한 일들, 고양이와 집사들간의 대화 그리고 천 년 집사를 향한 각각의 상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테오와 티그리스와의 만남과 헤어짐이 분노에 해당했다면, 이어지는 고덕이 능력을 얻게 되는 부분은 나라면 어떠할까 하는 상상을 이끌어낸다.
"내가 미친 건가?"고덕의 혼잣말에 고양이가 혀를 차듯 그르렁거렸다.
"미쳤다기보다 상상력이 부족한 쪽이지."
"정말 고양이랑 말을 하고 고양이가 환생한다는 게, 이게 사실이란 거야?"
145쪽
고덕과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나는 과연 별다른 의심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따금 지나가는 고양이를 보면서 그 날의 날씨에 맞는 안부를 전하긴 하지만 실제로 그 고양이가 내 말을 알아들었을거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보니 아마 고덕처럼 고양이에게 머저리라는 소리를 들을 확률이 높을 것 같다. 이렇듯 재미나게 읽으면서도 앞서 언급한것처럼 분노가 타오를 만한 사건도 세상 어딘가에서 여전히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점에서 이 소설은 동물 유기 및 학대 그리고 인간의 폭력성이라는 무거운 메세지를 다룬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기만 한 소설은 아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청소년 또래의 아이들과 토론을 해봐도 좋을 책이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