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와의 첫 만남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지음, 윤주현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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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사르가 전하는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와의 만남을 담은 이 책은 아드리엔의 생애는 물론 그녀가 남긴 저작물에 대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특히 책에 수록된 기도문은 아드리엔의 신심을 짐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내용이기도 하다. 우선 아드리엔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1902년 스위스에서 태어났으며 그녀의 아버지는 의사였고, 어머니는 성공한 상업가의 집안에서 태어난 여성이었다. 아드리엔이 당시 시대에 걸맞게 좋은 직업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는 것을 바랐던 어머니는 아드리엔이 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못마땅해 했을 뿐 아니라 훼방을 놓기 까지 했다는 내용을 보면서 올바른 믿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새삼 반성하기도 했다. 그런 방해속에서도 아드리엔은 열 살이 되기 전부터 가난한 이웃을 도왔을 뿐 아니라 학교에서 다른 아이의 잘못을 자신이 한 것처럼 선생님께 말하여 대신 혼나기도 했다고 한다. 이정도면 그녀가 대속하려는 정도가 어느정도 였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녀가 보여준 순명의 자세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예'의 자세였다. 가톨릭 신자들이 성모님을 통해 배우려는 것, 반드시 가져야 할 자세가 다름 아닌 순명이다. 이 순명의 '예'를 보여준 것은 성모님 이전에 예수님께서 먼저 인간이 되어 대속해야 하는 '잔'을 받아들이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아드리엔이 체험한 신비는 성모님의 발현이나 천사와 성인들과의 만남만이 아니었다. 대속, 성 토요일마다 반복되던 실재하던 고통이었다. 그녀가 '예'한다는 것은 그런 죽음과 같은, 죽음 그 자체였다. 죽음이 두렵지 않았던 것은 주님께로 가는 가장 완벽한 행복이었기 때문이다. 아드리엔의 삶은 그 어떤 성인들의 삶보다 내게는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1900년대 성공한 의사이자 주변으로부터 신뢰받는 여성이었던 그녀가 다소 늦게 개종한 이후 그토록 열정적으로 하느님의 일을 한다는 것이 너무 극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신부님 말씀대로입니다. 정말로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성모님은 아드님의 운명을 예견하셨기 때문에 울부짖으셨던 거예요. 그분은 진통 때문에 울부짖은 것이 아니라 아드님의 고통을 분명히 인식하며 그렇게 하신 거예요. 성모님은 진통을 겪으면서도 아드님의 고통의 일부를 미리 체험하셨던 거죠." 141쪽

아드리엔 역시 첫 남편과 아버지의 죽음을 예견했다. 또 그들 외에 다른 이들의 죽음과 고통 역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체험했기에 성모님의 울음이 어떤 것인지 잘 알았을 것이다. 성모님께서 그녀에게 처음 발현하셨을 때 무릎을 꿇고 앉아 '예'하며 받아들였을 때 그녀는 어렸고, 개종하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가능했었던 것은 그야말로 그녀가 성모님처럼 선택받았기 때문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무언가 널리 알리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알아야 할 내용을 개관적으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머릿말 5쪽

아드리엔과의 대화와 그녀의 주해를 읽다보면 '귀 있는 자들은 들어라'라는 예수님의 말씀의 무게가 느껴진다. 동시에 잘못된 주해를 받아들이며 하느님을 오해하고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울부짖게 만들 수 있음도 깨닫게 된다. '사람들이 알아야 할 내용'을 알게 하는 것. 특히 세례를 받고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주님의 사랑을 체험하지 못했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런 의미로 꼭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또 무엇을 어떻게 기도해야 할 지 모를 때, 주님의 기도가 자꾸만 멀게 느껴질 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우리가 했던 그 고민은 물론 경험하지 못했던 고행까지 자발적으로 '예'했던 아드리엔을 통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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