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은 저항이다 - 시스템은 우리를 가질 수 없다
트리샤 허시 지음, 장상미 옮김 / 갈라파고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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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은 저항이다

아침형 인간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는 시간을 쪼개서 무언가를 준비해본 적이 있거나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을 주변에서 찾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높은 확률로 스스로가 그런 사람일 수도 있다. 좀 쉬고 싶지만 해야 할 일을 제 때에 하지 않거나 미루게 되면 작게는 당장의 일은 물론 미래에 얻게 될 전문성과 경제력을 동시에 잃을 것 만 같다. 결국 쉴 수 없다. ‘휴식은 저항이다’의 저자 트리샤 허시는 강박에 가까울 만큼 몸을 혹사하는 것, ‘과로문화’에 익숙해져 버린 원인을 ‘백인우월주의’와 ‘자본주의’에서 찾는다. 과거 흑인들이 노예제로 인해 강도 높은 노동은 잠도 제대로 잘 수 없게 만들었던 문화가 결국 현재에 와서 ‘더 적게 자고 더 많이 일하는 것’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공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에 저자는 어릴 적 잠시 낮잠을 자거나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한 것으로 견뎌낼 뿐 아니라 기도하며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할머니와 그 이전 세대들의 역사에서 ‘휴식’이 사치가 아닌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 그리하여 잘못된 인식에 대한 저항이라고 단언한다.

나에게 진정한 해방이란 끊임없이 우리의 가치를 증명하려 애쓰면서 할 일 목록에 오른 일들을 지워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그저 존재하는 것이었다. 88쪽

학생은 좋은 성적으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직장인들은 성과로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며, 이에 반한다는 것은 무능, 자기변명을 넘어 ‘죄’가 되기도 한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이 힘든 사회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한가지, 해방은 ‘나 혼자’만의 해방이 아니다. 이 부분이 과거 도망 노예를 시작으로 저자의 조상에게서 배울 수 있었던 가장 큰 지점이자 핵심이다. 결코 혼자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해방된다는 것은 모두의 해방이며, 휴식을 통해 얻어진 모든 것을 돌봄으로 나누어야 한다. 휴식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지난 번 읽었던 자녀의 행동을 제대로 잘 읽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인데 내용이 거의 흡사하다. 산책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향이 좋은 차 한 잔을 천천히 음미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서 너시간을 넘기는 길고 긴 수면이 아닌 30분이라도 온전히 몸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는 것, 그렇게 잠시 잠깐 꾸는 꿈에서 우리는 상상의 힘을 얻을 수 있고 해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할 수 있다. 그렇게 남들 다 일하거나 공부할 때 잠을 잔다면 뒤쳐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느껴진다. 이때 해방신학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것은 신에게 맡기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일을 한다고 해도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거나 알아차릴 만큼 휴식하지 못해서 건강을 잃게되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 않는가.

나는 자본주의와 백인우월주의의 폭력이 아니라 우리의 신성과 깊이 연결된, 충분히 쉬는 세상을 보고 싶다. 148쪽

도망 노예를 비롯 미국에서 흑인이 살아온 역사를 되짚어 보는 동안 조선시대까지 존재했던 신분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도 엄연히 신분의 높고 낮음이 있고, 심지어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금수저, 흙수저로 나뉜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가난하게 태어난 그 순간 부터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덜 자고 더 일하지 못한’까닭이라는 생각을 너무 쉽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결국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과로문화에 해당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도망 노예, 흑인 역사 그리고 흑인 저항을 몰라도 되는 역사라고 생각해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일단 제대로 쉬어나 보자. 잠시라도 눈을 붙이고 몸이, 꿈이 알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도망 노예로 살면서도 기도하는 것을 잃지 않았던 이유는 신을 맹신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태어난 이유와 사명을 제대로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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