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 지음, 최정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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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라는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나는 어머니를 돌보면서 너무도 고통스럽게 배운 교훈을 기억하려고 몸부림쳤다. 돌봄의 결말은 자유가 아니라는 것. 돌봄의 결말은 큰 슬픔이라는 것.

외외조부모와의 결별까지는 괜찮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외조모까지도. 그러다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언급하며 아버지를 이야기하고, 결국 어머니를 떠나 보낸 이후의 내용은 이 책을 미래의 어느 순간 반드시 떠올릴 수 밖에 없겠구나 싶어 가슴이 아파왔다. 마치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무리해서 잡아 탄 전철에서 결국 버티지 못해 내려야 했을 때 느꼈던 통증이었다. 돌봄의 결말은 큰 슬픔이라는 것. 어른들의 대화 내용 중 절반이상을 이해할 수 있었을 때 부터 줄곧 들었던 이야기와는 달랐다. 긴 병의 효자 없다는 말. ‘슬픔’이 아닌 ‘후련함’. 이 크다했는데 위의 저 문장을 읽는 순간 알았다. ‘꿈에 엄마가 나올 때마다 나의 첫 반응은 항상 안도감이다. 오, 감사합니다, 하느님. 제가 착각했어요. 당신은 살아 계십니다.(252쪽)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만큼 슬픔이라는 것을.

거대한 옥시클린 상자 다섯 개를 간직했어요. 오, 맙소사. 엄마는 왜 옥시클린에 대해 한 마디도 안 했던 거죠? 상자 하나당 156개, 우리의 양말은 엄마가 떠난 뒤 수년 내내 새하얬어요. 247쪽

나의 외할머니와 할아버지는(외조모라는 표현은 영 어색하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그분들의 성경책을 엄마가 간직하고 계신다. 나 또한 엄마가 써놓은 여러권의 성경필사 노트만큼은 다른 형제에게 양보할 수 없다고 말해둔 상태다. 물론 어떻게 될 지는 신 만이 아신다. 아이에게 입혔던 옷들 중 단 한 벌도 버리지 않고 지금껏 가지고 있는 내가 과연 엄마의 유품 중에서 선택할 수 있을까. 간직하지 못한 것이 마음을 짓누른다는 저자의 말은 결코 사적이지 않다.


물고기들은 모두 죽어요?

청설모들은 모두 죽어요?

선생님들은 모두 죽어요?

식료품점에 있는 이 사람들은 모두 죽어요?

엄마들은 모두 죽어요?

(...)

내가 죽을까요? 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죽게 될까요?



보면 알겠지만 발췌문의 쪽수가 역순이다. 초반부터 이 책은 재미있었다. (사실 첫 서평도 아니다. 초반부터 밀려오는 공감과 매력에 이미 한 차례 부분적으로 서평을 남기기도 했다.) 공감되는 부분도, 이전에 읽었던 <메이블 이야기> 혹은 <우파 아버지를 부탁해> 등을 떠올리기도 했다. (사실 그때 그때 떠오른 다른 저작을 나열하자면 이 감상은 결코 끝이 안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중간 중간 발췌문에 표기를 해두었지만 위의 언급한 것처럼 어머니와의 결별 이후로는 밑줄을 그으면서도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다만 마지막 감사의 말에 저자가 적은 것처럼 가족이란 것이 '부분적으로는 안정망이고 부분적으로는 트램펄린이다.'(320쪽)라는 말은 꼭 남겨두고 싶다. 이 책은 책장에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꺼내 읽게 될 것이다. 이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다.

*자연을 관찰한 부분과 훌륭한 삽화를 언급하지 않으면 큰 결례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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