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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루이 스카의 탈출기 이야기
장 루이 스카 지음, 이인섭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4년 4월
평점 :
여기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하느님께서는 왜 당신 백성을 위해 행동하시는 것일까? 그 이유는 명백하다. 이스라엘 백성의 선조인 아브라함, 이사악 그리고 야곱과 맺으신 계약 때문이다. 87쪽
성서를 읽다보면 유사한 구절이 등장할 때가 있다. 다름아닌 강조하는 부분인데 위의 발췌문을 보면 다름아닌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란 표현인데 이 부분이 사실 이전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었다. 그러다 자녀를 양육하게 되면서 이 약속이, 나 이전에 맺으신 약속으로 인해 내가 받게 되는 자비와 은총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느끼게 되었다. 왜냐면 내 아이가 나로 인해 나와 배우자의 부모로부터 받게되는 사랑과 자비를 바로 눈앞에서 보게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간접체험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다름아닌 성서다. 이 책 탈출기는 어쩌면 바로 이 부분, 주님께서 핍박받는 이스라엘의통곡을 들으시고, 그냥 놔두시지 않으셨으며, 여러번 주님을 배신하는 그들을 모세의 간청으로, 이미 맺으신 약속으로 마음을 돌리시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또 탈출기가 맘에 새겨지는 또 다른 이유는 ‘파라오의 완고함’과 관련된 부분이다.
이집트 재앙 이야기는 오직 하느님께서만 성공하시고 또한 마음을 꿰뚫어 보신다는 것을 증거한다. 그분께서 파라오의 마음도 그렇게 만드시며, 파라오가 자신의 패배를 향해 가는 순간까지 그렇게 반응하도록 하신다. 103쪽
완고해지는 것은 주님의 뜻이 아닌 내뜻을 고집하는 것이고, 기다림과 낮아짐과는 정반대되는 마음가짐이다. 파라오는 결국 아들마저 잃고서도 그 완고함을 내려놓지 못했다. 파라오가 그럴수밖에 없음을 이미 꿰뚫어보시는 주님은 어떤 이유에서 그러셨던것일까, 왜 그 완고함을 풀어주시지 않았을까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주님의 뜻이 아니라 그야말로 파라오의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책의 강점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사실 파라오의 완고함을 언급하는 관련서는 많았지만 이 부분을 이렇게 분석하며 완고함의 과정을 풀이한 책은 드물기 때문이다. 파라오가 완고해지는 과정을 보면 우리가 죄 가운데 살면서 반성을 하면서도 쉽사리 다시 되돌아가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세 번째 주제인 7장 하느님과 모세편을 보면 우리가 어떤 기회나 변화앞에서의 태도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를 도구로 삼아달라는 기도 구절을 종종 마주하게되는데 진정한 믿음과 겸손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기도라고 생각한다. 모세의경우도 5번의 회피, 저자의 말처럼 거의 거절에 가까운 회피에도 불구하고 주님께서 모세를 도구로 세우신 이유가 있다. 이전의 선조들에게서 이어지는 것과 동일한 것이 아닌 더 발전된 단계라는 표현에 다시금 모세가 걸어온 길을 바라보게 된다. 성경을 있는 문자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시대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느님을 계속 보기 위해서는 그 분을 뒤따라가야만 한다. 멈추는 것은 곧 안내하시는 분을 더는 볼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하느님께서는 여정 가운데 계시고, 그 여정에서 모세와 백성을 앞서신다. 주님께서 걸어가신 길 위에서 그분을 따라 걷는 것이 ’그분의 등을 볼 수 있게‘한다. 134쪽
탈출기를 통해 우리는 긴 고난의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모세를 보면서 가나안땅에 들어갈 수 없음을 보며 주님의 뜻과 내 바람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도 알고 있었다. 파라오였던 적은 그렇게 많으면서도 한 번도 내가 모세가 될 수 있거나 그럴 순 없다고 생각해왔는지 모른다. 장 루이 스카의 <탈출기 이야기>는 내가 그어놓은 한계를 넘어 주님의 뒤를 따라걷는 참된 순종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어디에서 끝날지 알 수 없는‘(272쪽) 여정을 주님을 따라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