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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프레드 포드햄 그림, 문형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5월
평점 :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소담출판사에서 프레드 포드햄의 각색으로 그래픽 노블 버전으로 출간되었다. 다소 표지의 그림이 자극적이긴 하지만 고통을 멀리하고 단순한 쾌락만이 유용한 문명 세계, '멋진 신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멋진 신세계'란 어떤 모습일까. 고통과 공포로 인해 불편한 점이 많은 내게는 소마 한 모금으로 평안을 얻는 문명인들의 삶이 부정적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도 수정단계에서부터 이미 정해진 계급을 결코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는 점은 결코 수긍하기 어렵지만 더이상 출산과 양육으로 차별과 강요에 의한 인내를 발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으로 보여진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여성이란 이유로 폭력의 피해자와 생존자가 될 수 있는 사회라면 '절대적 안전사회'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헉슬리가 예견한 '멋진 신세계'를 읽다보면 조지 오웰의 '1984'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기술은 발달했지만 '통제'되고 욕구를 만족시킨다고는 해도 결국 감정마저 자유롭지 못할거란 두 작가의 예견은 그들에게 있어 미래사회를 사는 내게 결코 틀렸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문명화되지 않은 지역으로 휴가를 떠나서 여전히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말도 안돼'는 거라고 느끼는 문명인의 반응은 같은 인간이지만 갑질이 만연한 현재, 특권과 지위를 악용하는 이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문명인이었던 엄마에게 어릴 때부터 문명사회의 풍경과 제도, 생활방식을 듣고 자란 존은 더이상 노화가 없는 문명사회에서 노화로 인해 변해버린 엄마를 놀리는 사람들에게 분노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엄마'라는 존재를, 그저 한 인간일 뿐인 존재를 위해 단 한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과 수십년을 다투고 배신하며 사는 삶 자체에 분노한다. 어떻게 단 한 사람과 연애를 할 수 있을까? 물론 이 생각은 조직화된 문명사회에서만 일어나는 의문은 아니다. 실제세계 여러 국가의 회원을 가진 자유연애 조직이 존재한다. 그들은 서로의 삶을 통제하는 것은 자유에 반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통제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금이라도 젋어 보이기 위해 엄청난 고통과 비용을 감수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합법적인 약물이 아닌 그들만의 '소마'를 마시며 일시적인 안정과 지속적인 쾌락을 원하는 사람들도 실재한다.
"오, 멋진 신세계!
오, 멋진 사람들이 사는 멋진 신세계여!"
지금 내가 사는 곳은 어떤 의미의 '멋진 신세계'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