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체중 - 크고 뚱뚱한 몸을 둘러싼 사람들의 헛소리
케이트 맨 지음, 이초희 옮김 / 현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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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신의 몸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255쪽

당신의 몸은 누구의 것인가? 질문이 너무 멍청하게 들리겠지만 뚱뚱한 사람들의 몸은 때때로, 아니 의외로 자주 평가받고, 언어폭력을 당할 뿐 아니라 연애, 취업, 결혼은 말할 것도 없고 운동이나 여행앞에서도 죄인이 되고 만다. 도대체 뚱뚱해서 아프거나 일상생활이 힘겹고 불편해져도 뚱뚱한 사람들 자신인데 왜 주변에서 그들을 비난하는 것일까. 책속에 등장하는 영화 <더 웨일>의 포스터를 보고 처음 떠올렸던 표지가 있었다. 마사 너스바움의 <혐오와 수치심>의 표지였다. 영화 속 찰리를 회화로 표현한 것처럼 고도비만의 남성의 뒷모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영화 포스터와 책 표지에 등장하는 남성의 표정은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탐욕스럽게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무언가, 스스로를 포기한 표정이었다.

그는 혈압이 치솟는데도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 병원에 가기를 거부한다. (...) 찰리는 지독한 비만혐오에 빠진 의료계와 적대적인 사회의 구속이 아니라 자신의 뚱뚱함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다. 183-184쪽

저자가 말한 것처럼 뚱뚱한 사람들이 결코 부당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다름아닌 '뚱뚱하다'는 말일 것이다. 그 말은 그 어떤 욕과 비난과 견줄 수 없을 만큼 강하게 뚱뚱한 사람들의 고개를 떨궈버린다. 그런 비난과 혐오가 싫으면 다이어트를 하면 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체중감량이 생각을 바꾸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면 지금까지 그 수많은 다이어트 관련 약을 포함한 보조제나 프로그램등이 지속적으로 개발될 수 없을 것이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애더럴과 그 비슷한 약물은 필요한 사람이 적정량을 복용할 경우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여러 문제 중 특히 불안증을 치료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 212쪽

실제 어린시절의 학대를 당했거나 지나친 스트레스나 우울증상 등으로 인해 식이의 문제가 발생해 뚱뚱한 경우가 많다. 혹은 그런 문제가 없었더라도 뚱뚱해진 이후 지속되는 비만혐오 혹은 비만으로 인해 받은 차별등으로 인해 비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다이어트로 인한 즐거움과 만족감보다 과식이나 폭식등으로 더 빠르게 즉각적으로 만족을 얻기 때문이다.

세상은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 당신에게 더 좋은 곳이 되어야 한다. 특히 극히 무의미하지만 널리 퍼진 '미'의 경쟁에 사람들을 자동으로 끌고 들어가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267쪽

흔히 불가능한 바람을 가졌을 때 '다시 태어나야 한다'라고 말할 때가 있다. '세상이 다시 만들어져야'하는 것과 스스로가 '다시 태어나야'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쉬울까. 아니, 어떤 것이 더 옳을까. 내가 아무리 변해도, 아무리 다시 태어나도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만족스런 결말은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서두에 적은 것처럼,' 당신의 몸은 당신을 위한 것'이 당연하다면, 결국 저자의 말처럼 잘못되어 있는 경쟁심과 비만혐오가 사라져야 한다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저자가 말한것처럼 체형은 물론 여러 혐오에서 벗어난 세상에서 아이들이 살길 바라는 부모의 희망은 이루기 어려운 꿈이기도 하다. 하지만 뚱뚱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기로 한 저자의 작은 실천을 어른들이 하나하나 이뤄간다면 '다시 태어나는 것'이 가능한 세상보다는 이루기 쉬울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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