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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성별 - 가족은 어떻게 불평등을 재생산하는가 ㅣ Philos Feminism 7
셀린 베시에르.시빌 골라크 지음, 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3월
평점 :
필로스 페미니즘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은 <자본의 성별>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임금의 차이가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제프 베조스 부부의 이혼 사례만 보더라도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어도, 이혼을 해도 부를 축적하는 데에 유리한 쪽은 남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혼 전 아내의 재산이 더 많거나 부유한 가정 출신인 경우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혼할 때 여성은 양육자의 몫으로 함께 거주하던 집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차액을 남자에게 지불하거나 집을 선택했기 때문에 다른 재산을 받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양육을 위한 당연한 보상 외에는 어떤 합의나 위로금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주택관련 세금 및 각족 공과금 등 지불해야 할 금액만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보면 여성은 이혼과 동시에 양육으로 인한 지출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나지만 남성은 집을 내어주면서 세금이 사라지고 직업이 있다면 앞으로 모든 임금을 축적할 수 있다.
이혼한 여성들은 양육비를 소득으로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하지만, 채무자인 남성들은 세금을 공제받는다. 이런 규칙의 존재 이유는 신비롭다. 왜 이혼한 아버지는 자신이 낸 자녀의 양육비를 소득에서 공제받는 것일까? 그런데 왜 자녀와 함께 생활하는 어머니는 그렇지 않을까? 219쪽
사례로 등장하는 부부와 가족은 한국이 아닌 프랑스였는데, 특히 '팍스'라는 동거인들을 위한 제도로 주목받고 있는 프랑스에서 결혼이나 팍스 모두 여성의 경제상황은 결별시 나빠진다는 통계를 보면서 해당 제도가 한국에서 차별받고 있는 다양한 가족형태에 해답이 될 줄 알았기에 씁쓸함이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부부관계뿐 아니라 사별 혹은 재산 증여에 있어서 '좋은 상속자'의 이미지를 떠올렸을 때 여성이 아닌 남성이라는 점이 보편적이라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초에 이혼이나 재산상속 문제를 다룰 때 변호사 뿐 아니라 공증인들과 같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때부터 재산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대우가 다르다는 것은 짐작했지만 성별에서도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은 원가족으로 부터 받을 수 있는 유산에 있어서도 성별이 다른 형제보다 적게 받거나 '가족의 평화'를 위해 포기를 강요당한다. 부의 축적 정도에 따라 전문가들의 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합의를 위해 시간을 끌면 끌수록 더 많은 수의 전문가들을 내세운 남성보다 여성은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여성이 받을 수 있는 위자료 혹은 유산상속과 관련된 부의 불평등 부분만 흥미로웠던 것은 아니다.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에서 다뤄진 불평등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가족내의 부의 불평등은 무엇인지, 또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여성은 일을 하지만 자본을 쌓지는 못한다.(...)
일생에 걸쳐 남성은 부유해지고 여성은 평생 동안 부를 박탈당하는 과정은 가족이라는 친밀한 영역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306쪽
자본을 쌓을 수 없는 여성의 불평등한 구조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저자의 말처럼 태어나는 순서와 성별의 구성과 수에 따라 잘못 학습되어진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에 희생당하는 동안은 제대로된 부를 쌓을 수 없으니, 계급의 불평등이 해결될 수 없고, 이는 결국 여남간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으니 '성별 질서를 뒤집(309쪽)어야 만 가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