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그 자체의 감각 - 의식의 본질에 관한 과학철학적 탐구 Philos 시리즈 26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박제윤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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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그 자체의 감각📖

🖍️영혼의 분자라고도 알려진, 빠르고 단기적으로 작용하는 강력한 환각제, 디메틸트립타민을 흡입하면, 마치 수술대나 교통사고 현장에서 임사체험을 한 후 깨어나는 것과 비슷한 신비적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더욱 안전한 대안은 감각 차단 탱크(sensory deprivation tank)이다. 225쪽

2023년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열렸던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 전시에서 김희천 작가의 <탱크>라는 작품이 있었다. 잠수부들을 포함, 운동선수들의 훈련을 위해 빛을 포함한 여러 감각이 차단된 ‘탱크’에 들어가는데 그때의 경험을 작품의 소재로 다루었다. 빛도 없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어느 순간 의식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실제 훈련 중 일시적 기억장애를 겪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어둡고 외부가 노출되지 않은 공간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영상은 관람과 체험을 혼동하게 만드는 기이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무엇일까. 또 탱크 안에 실제로 들어갔던 다른 사람들은 그때의 경험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그 상태는 ‘의식’적인 행위에 속하는가? 아니면 무의식에 속할까. 이런 궁금증에 답을 해주는 듯한 책을 만났다. 필로스 시리즈 26번, <생명 그 자체의 감각>의 부제가 다름 아닌, ‘의식의 본질에 관한 과학철학적 탐구’다.

🖍️의식은 경험이다. 이것이 의색에 대한 정의이다. 의식이란, 가장 평범한 것에서부터 가장 고귀한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험이다. 23쪽
IIT는 기초 이론으로서, 존재의 본질을 연구하는 존재론, 그리고 사물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연구하는 현상학을, 물리학 및 생물학의 영역과 연결시키려 한다. 이 이론은 어느 의식적 경험의 질과 양, 그리고 그것이 기초하는 메커니즘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정확히 정의한다. 154쪽

우선 저자 크리스토프 코흐 교수가 정의하는 ‘의식’은 경험에 준한다. 이를 통합정보이론(IIT) 이론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경험에 의한 의식만이 참인데 의외였던 것은 사실 경험하지 않은 신비적인 상황, 종교적 체험을 부정할 거라 생각했다는 점이다. 실제 감각 차단 탱크를 종종 방문한다는 저자는 감각을 잃어버리게 되는 그 상황이 기억상실을 야기할 정도 할 만큼 혼란스럽다기보다는 ‘순수한 존재의 상태로 돌아간 것(226쪽)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신비한 체험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의식을 가지고 행한다고 말할 때, 반드시 뇌에 어떤 정보가 전달되고, 그 명령에 의해 판단한다고 생각해왔던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흥미로운 내용은 아직 더 남아있다. 흔히 뇌와 뇌를 연결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꽤 먼 미래에나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할 순 없지만 쥐가 그 대상이 된다면 보다 더 가까운 미래에 가능할 수 있고, 무엇보다 두 개 이상의 뇌가 아닌 수 백 개의 뇌를 연결할 수도(218쪽)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의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지능‘과는 다른 개념이다. 컴퓨터는 인간이 프로그래밍한 내용을 토대로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확장하여 지능적인 측면으로는 월등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의 뇌의 활동, 경험으로 얻어지는 의식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들은 의식이 있는 걸까?

🖍️경험은 크고 작은 모든 동물들, 어쩌면 무생물 자체도 포함하여, 예상치 못한 곳에도 존재한다. 그러나 의식은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는 디지털컴퓨터에는 없으며, 심지어 그것이 방언을 말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점점 더 강력해지는 기계는 가짜 의식을 거래할 것이고, 아마도 사람들 대부분을 속일 것이다. 323쪽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든 생각은 그동안 문학이나 영화 등에서 만나왔던 AI들의 인간적인 모습들이었다. 특히 어릴 적 보았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속 비를 맞으며 인간과 기계의 본질적 차이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던 애처로운 눈빛의 사이보그는 지금까지 각인되어 있다. 뇌와 의식 그리고 관련 이론에 대한 설명과 이론이 풍부하게 실려있지만 개인적인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만 남겨두었다. 전체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일부를 보기보단 꼭 전체를 직접 확인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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