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과 해방 사이
이다희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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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글쓰기는 즐거움이자 해방이었지. 꽉 막힌 마음에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 같았어. 글을 쓰고 나면 속이 시원해졌거든. 55쪽

살면서 부모님과 선생님께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배려‘일 것이다. 내 감정보다는 타인의 감정을 살피며 조금 불편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를 배려하는 것, 흔히 말하는 ’좋은 게 좋은 것‘. 하지만 어른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 배려하는 나를 우습게 보거나 오히려 무시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그런 가르침을 주신 ’어른‘들이 미워지고 그들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순종과 해방 사이>의 이다희 저자는 그렇게 공부를 잘하고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아이‘에서 ’좋은 선생님‘으로 성장하고 한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며느리가 되고서야 깨달았다. 순종했을 뿐인 자신이 어느새 자신의 감정조차 맘대로 결정하고 표현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우울과 답답함이 찾아왔을 때 그녀가 선택한 것은 독서와 글쓰기였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시련이 찾아오고 그때마다 세상이 말해주는 해답 중 어떤 방법을 취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운동이나 노동이라는 극한으로 자신을 내몰기도 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기도 하고 저자처럼 독서를 하고 글을 쓰기도 한다. 어떤 방법이 더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다가온 시련을 견디고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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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존재하기만 해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상상해본 적도 없어.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어. 하준이가 나를 향해 내보이는 신뢰와 사랑 덕분에 말이야. 무엇이 되지 않아도, 애써 바꾸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 존재하기만 해도 얻을 수 있는 깊은 사랑이 있다는 사실. 81쪽

나는 요즘 부정적인 감정이 밀려올 때, ’이런 감정을 가져도 되는 건가?‘라고 검열하는 대신 ’이 감정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라고 바꾸어 질문하곤 해. 이렇게 조금씩 나를 데리고 잘 살아가는 방법들을 익혀나가고 있나 봐. 105쪽

그런데 엄마, 착한 여자는 스스로에게는 절대 착해질 수는 없다는 사실 알아? 착한 여자로 사느라 미처 쏟아내지 못한 말과 감정이 곳곳에 남아 스스로를 괴롭히기 때문이야.(...)
그걸 참고 있었던 나에 대한 미움도, 착한 여자로 사는 것은 자기를 방치하는 일이었어. 119쪽

지금까지는 세상이 아이 엄마인 나에게 허락한 것까지만을 꿈꾸며 행동했다면, 지금부터는 허락 너머의 세상을 꿈꿀 꺼야. 147쪽🍓

’독서와 글쓰기‘라는 좋은 방법을 찾은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고맙게도 이렇게 책으로 내주었다. 책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나의 이야기‘를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내보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만약 저자가 이전처럼 그저 타인의 평가에 순응하며 자기만족으로만 그쳤다면 어땠을까. 독자들이 나처럼 이 책을 읽고 살뜰한 위로를 받지 못했을테고 누군가는 저자처럼 날선 걱정에 창작과 관련된 또다른 무언가를 포기하는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절대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았던 나만의 고요한 새벽 시간을 ’독서 모임‘으로 바꾸었더니 더 넓은 세상이 내게 펼쳐져 ’소명‘을 떠올리게 해준 것처럼, 하루하루 마음을 담아 실천해가는 크고 작은 일들은 우리 모두에게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과정이 되어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 270쪽

저자처럼 책을 출간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세상의 엄마들은 포기 ’당하는 것‘들이 정말 많다. 나를 무조건적으로 믿고 사랑해주는 아이들마저 커가면서 응원이 아닌 부담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런 순간들이 다가올 때마다 이 책이 응원과 위로가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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