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키
요헨 구치.막심 레오 지음, 전은경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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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은 안 맞는 거 같아.˝
˝뭐가?˝
˝아, 그런 삶의 의미 말이야. 처음에는 찾아야 하잖아. 그 후에는 잃어버리지 않게 계속 조심해야 하고. 그리고 지금 당신처럼 잃어버렸다면 그게 어디 있는지 내내 고민하고 말야. 내 생각엔 그런 삶의 의미라면 짜증만 날 뿐이야. 결국 다른 일을 할 시간이 남지 않잖아.˝ 114쪽

✏️항상 비어있던 집에 한 남자가 두꺼운 끈을 목에 걸고 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고양이 프랭키. 유명가수 프랭크 시나트라에서 따온 이름을 가진 수고양이 ’프랭키‘. 두꺼운 끈을 가지고 놀던 남자, 골드는 사고로 아내를 잃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골드를 포함 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한다. 학업이나 일과 관련된 성취가 이유가 되기도 하고 골드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이유가 되기도 한다. 반면 고양이 프랭키는 그런 의미가 오히려 삶을 피곤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프랭키가 엄청나게 시니컬한 고양이는 아니다. 또 인간을 무시하는 잘난 척 하는 고양이도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길 고양이, 너구리에게 한 쪽 귀를 잃은 장애가 있는 고양이, 그리고 사랑하는 고양이 앞에서 입이 얼어붙는 귀여운 고양이일 뿐이다. 프랭키는 고양이 말 뿐 아니라 부엉이, 개, 청솔모 그리고 ’인간의 언어‘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모든 동물이 인간의 말을 알아 들을 수 있지만 그들의 우월감을 존중하는 ’척‘하면서 오히려 그들을 군림하며 편안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멍청한 척‘을 할 뿐이란다. 부모님 댁에 있는 리트리버가 꼬리를 흔들며 남편 곁을 맴도는 모습을 본 아이가, ”ㅇㅇ아, 꼬리 흔들지 마!“라고 말한 적이 있는 데 이 말을 알아들었을거라 생각하니 그 이후로도 여전히 남편에게 안기고 손을 내미는 리트리버의 행동이 궁금해졌다. 동시에 동물들 앞에서 함부로 떠들지 말아야겠다 싶은 생각도 들고 더불어 사료로 쓰이는 소고기에 대해서도 조금 놀란 부분이 있다.

물론 나도 고양이 사료를 먹어보았다. 그것도 많이. 하지만 내용물이 뭔지는 알지 못했다. (...)
왜 소고기일까? 나는 소를 잡아먹는 고양이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현실 세계에서 말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사슴도 잡아먹지 않는다. 고양이는 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보리새우나 거대한 참치를 낚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고양이 사료에 그런 것이 불쑥 들어 있다니. 인간은 인간과 비슷한 고양이를 갖고 싶은 걸까? 91쪽

✏️고양이 프랭키의 시선으로 본 인간은 ’삶의 의미‘를 찾느라고 방황하고 그 의미 때문에 우울에 빠져 급기야 자살까지 시도하면서도 사랑하는 애완동물을 ’인간‘처럼 대우하는 것이 최상의 애정이라고 착각한다. 프랭키를 읽기 전에는 ’인간의 말‘을 하는 고양이와 얼마나 많은 교감이 일어날까? 싶었는데 ’말‘을 나눌 수 있어서 교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분과 감정을 존중하고 살피기 때문에 교감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살면서 ’말‘이 통하지 못해 생기는 ’불편‘보다 ’말‘같지 않은 말로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프랭키와 같은 반려동물이 더 애틋함이 느껴지는 부분에서 큰 공감을 얻을 것 같다.

”소스 때문에 내가 죽는 게 싫다는 거야?“

✏️프랭키 표지의 띠지에는 ”죽는다고? 그럼 소스는 누가 뿌려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 문장만 보면 마치 소스를 뿌려주기 위해 인간이 존재하는 것 같지만 모든 삶에는 ’소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생이 매울 때 달큰한 소스가, 마음이 서글플 땐, 한 입만 먹어도 입안 가득 넘쳐흐르는 소스가 필요하다. 드라마나 영화 속 연인들이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는 소소한 일들이 삶을 이어가는 데 꼭 필요한 ’소스‘라서 그렇지 않을까. ’삶의 의미‘라는 철학적 질문에서 동물의 권리를 생각해본다. 무엇보다 우울증의 심각성을 고양이의 시선으로 이토록 잘 담아낸 것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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