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려가볼까요? - 더 높이 오르지 못할까 두려운 날, 수평선 아래에서 만난 진짜 평화
최송현 저자 / 은행나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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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 강사이자 배우 최송현 에세이, <이제 내려가볼까요?>.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다이버 관련 용어 부록까지 읽어야 할 양이 많기도 했지만 책 속에 제공된 큐알 코드로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영상, 그리고 세바시 강연까지 빠짐없이 보다보니 정말 알차게 바다여행을 했다. 나처럼 다이버 경험이 없거나 관련 지식이 부족해도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항해와 다이빙을 반복하고 있어 공감도 되었고 쉽게 만날 수 없는 수중생물의 넉넉한 사진과 영상이 있어 더 특별했다.

중성부력. 이 단어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수중에서 위로 오르거나 내려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인데 산호나 다른 생물들과 접촉으로 인한 피해와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 처음부터 중요하게 배우는 훈련이다. 마치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들렸다. 신기해서, 더 잘 알고 싶은 마음에 바짝 다가서면 사람도, 바닷 속 산호들도 다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눈을 완전히 떼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다이빙에서도 삶에서도 기본을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은 열정이나 절박함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필요하니까. 89쪽

저자는 스스로 바다덕후라고 말한다. 수중생물이 자신에게는 아이돌과 같다고. 세바시 강연에서도 한 말이지만 최애를 직접 만나고 싶고 촬영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그들의 팔을 붙잡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상처를 줘선 안된다. 그런가하면 팬들에게 불친절 하다거나 활동이 성의없다고 오해받고 악플이 달린다면 어떨까. 화나고 속상한 마음은 물론 어떻게든 사실이 아니라고 대변해주고 싶을 것이다. 저자는 상어의 입장이 되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 집에 침입한 수억 명 중 10명을 의도치 않게 물었다가 연쇄 살인마란 악명을 얻었고, 1년에 상어 1억 마리를 의도적으로 죽이는 그들은 우리가 너무 무섭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320쪽

상어하면 누구나 영화 죠스에서 나오던 그 음침하면서 공포를 조성하는 음율이 떠오를 것이다. 다만 위의 발췌문에도 적힌 것처럼 상어에게 물려 죽는 사람은 10명 정도다. 하지만 인간에 의해 살육당하는 상어의 수는 얼마나 될 것 같은가. 놀랍게도 최소 6천 만 마리에서 2억 마리라고 한다. 인간의 무자비함과 잘못된 미디어 노출로 인해 상어는 여전히 ‘괴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자신의 연인(남편)을 바다에서 만났으며, 다이빙 중 만난 멋진 수중생물들의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는 것은 부담보다는 사랑을 알려주려는 마음에서다. 용왕님께 제물을 3번 바쳐야 한다는 위트있는 ’다이빙 썰‘도, 잃어버리고, 포기해야만 했던 상황속에서 결국은 이뤄진 만타 가오리, 그리고 저자의 최애 혹등고래가족과의 만남이나 책과 영상으로 보며 저자만큼 마음을 빼앗기게 된 ’세노테‘까지. (영상을 꼭 보세요!)

’끝없이 깊은‘ 이라는 뜻의 마야어 ’조노트‘를 스페인어로 번역한 말 ’세노테‘.
어쩌면  다이빙을 시작하고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상어나 고래보다도  세노테였던 것 같다. 202쪽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하는 ’나의 잘못‘이 분명 존재할테지만 저 엄청난 해양쓰레기와 기온 상승이 모두 내 게으름과 무책임이라고 죄인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중하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해양영화제에 출품작들이 해양오염보다는 바다와 생물과의 연대를 더 중요시 하는 이유도 알 것 같다. 실제로 바닷속에 인공수초를 심어 밭을 만드는 작업이 십여년 전에 시작되어 ’바다식목일(5월 10일)‘이 제정되었고,  해외의 한 회사에서는 바닷속에서 채소와 꽃을 재배하는 기술(NG, 니모의 정원)을 통해 비용절감은 물론 식량난 해결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개인 최송현 다이버가 바다로 ’내려가서‘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며 타인의 시선과 불필요한 갈망을 ’내려 놓을 수‘ 있었던 과정은 모든 것을 공유해주는 넉넉한 바다 ’수심‘을 다이빙을 통해 반복적으로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 이렇게 좋은 바다를 더 내려가볼 생각을 못했던 것이 아쉽다. 내려가보고 싶다. 내려가서 내가 마주하지 못한 그 생물들이 건강할 수 있도록 저자와 함께 ’바다해‘하고 싶다. #이제내려가볼까요 #최송현 #스쿠버다이빙 #에세이 #은행나무 #추천 #신간 #독서 #다이빙 #혹등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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