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컬렉터 - 집과 예술, 소통하는 아트 컬렉션
김지은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디어컬렉터
#김지은 @artbooks.pub @dear.collector

김지은 작가의 디어 컬렉터는 여러 이유로 현대미술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들 중 저자와 친분이 있거나 혹은 그들의 지인(하지만 너무 멀지 않은)들의 집안에 소장된 작품들과 해당 작가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구체적인 집필의도는 ‘팬데믹 시기의 집과 예술의 의미를 짚어보는 것(6쪽)’이며, 좀 더 일찍 출간되었더라도 충분히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콜렉터들의 수집 계기는 예술이라는 스펙트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나와 상대를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그 시작점과 취향은 당연히 똑같지만은 않다. 예술관련 변호사인 게일 엘스턴의 경우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권리를 찾아줄 뿐 아니라 자칫 소유권을 상실할 수 있는 위험한 사건에서도 승소를 한 실력자이자 작품활동도 하는 변호사였다. 그녀의 집에는 당연히 유명한 작가의 작품도 있지만 자신과 자녀들이 함께 참여한 작품도 전시해 단순히 가족의 사진을 놓는 것 이상의 사랑이 느껴졌다. 그녀가 선택한 작가 중 ‘캐럴리 슈니먼’의 <그녀가 다다른 한계, 그곳까지>라는 퍼포먼스와 결합된 작품(큐알코드를 통해 작가인터뷰와 전시영상을 볼 수 있다)이 인상적이 었다.

캐럴리 슈니먼의 퍼포먼스는 당시에도 악명 높았고 지금 봐도 수위가 높다. 우리의 할머니 혹은 엄마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누드로 있다고 상상해보라. 게다가 천장에서 내려온 로프에 달린 하네스를 착용하고 공중을 오르내리고 있다. -중략-
슈니먼의 작품에서는 억압받던 여성의 몸이 곧 붓이었다. 슈니먼은 공고했던 남성 중심 예술계에 이렇게 ‘몸붓’으로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65쪽

그동안 여성이 터부시 되는 제도를 옷으로 비유해 누드로 연주하거나 관람객에게 도구를 자유로이 사용하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깨뜨리고자 하는 퍼포먼스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그런 작품을 볼 때면 의도는 좋지만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슈니먼의 작품은 작가의 몸이 작품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붓’이라는 도구화 된다는 점에서 작품의도를 극명하게 드러내보였다. 물론 해석은 저마다 다 다르며 그런 해석들에 대해 논의 하고 유사하거나 대비되는 작가와 작품을 발견하는 과정이 모두 컬렉터의 일이자 기쁨일 것이다. 컬렉터와 작가에 대한 관심에 이어 ‘집’이라는 ‘공간’과 함께 생각했을 때 기억나는 컬렉터는 키어부부다. 이들부부는 소장하고 있는 작품의 대다수가 해당 작가와 인연이 있는 작품들이라고 했다.

“예술이란 인간 영혼의 물리적 실현이라고 생각해. 작품들이 내게 말을 걸때면 인간의 영혼이 시간을 초울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느껴. 특히 집에 있는 작품들은 객관적으로도 가치가 있고 아름답지만, 작가들을 사적으로도 잘 알기 때문에 작품에서 또다른 감정이 느껴져. 그림이나 조각들은 그 사람의 일부이고 그렇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들어. 177쪽

키어 부부외에도 대부분의 컬렉터들이 인연이 있거나 혹은 지속적인 수집을 위해 기부하거나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팬데믹 시대가 단절이라면 컬렉터들은 인연들의 ‘증거’가 되는 작품들을 소장함과 동시에 여전한 ‘연결’,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팬데믹 동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이전보다 작품들을 더 자주 가까이에서 보게 됐고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를 더 깊이 헤아려보게 됐어. 예술은 평소 생각지 못한 지점까지 우리를 끌고 가서 사고의 지평을 벽 너머로까지 확장시켜 주더라고. 덕분에 집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사방의 벽이 열리고 더 많은 세상과 호흡한다는 느낌을 받았어. 353쪽

본문을 읽기 전 작가소개에 적힌 ‘작품 소장은 세계를 내 안으로 들여오는 일‘이라는 문구가 쉽게 와닿지 않았었다. 하지만 컬렉터를 만나면 만날수록 흐릿했던 그 말들이 명확해짐과 동시에 옷과 가구보다 작품을 소장하는 데 자금과 시간 그리고 마음을 쏟는 이유가 충분히 이해되었다. 또 기대이상으로 현대미술 작가와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 특히 차례대로 넘기지말고(물론 순서대로 다 읽었는데도 재밌었지만) 넘기다가 멈칫하게 되는 작품을 발견하며 취향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만약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데 작품을 선택하는 것부터 어렵게 느껴진다면 꼭 읽아보길 권한다. 저자가 자주 언급했던 ’시절인연‘스러운 책이 아닌 현대미술과 관련해 오래도록 보고 또 봐도 좋은 책이다. #현대미술 #ContemporaryAr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