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 - 무엇을 선택하고 이룰 것인가
미로슬라브 볼프.마태 크러스믄.라이언 매컬널리린츠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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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햄스터도 아니다. 누군가 햄스터를 집어 올리면 틀림없이 뭔가 반응을 보일 것이다. 어쩌면 햄스터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반응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햄스터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다. 우리는 고민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도, 그리고 그 행복한 상태로 길고 건강하게 사는 것도 인간만이 가지는 바람일 수도 있다. 왜냐면 우리는 무언가에 기대를 걸고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그렇게 되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가치‘라는 것이 스스로 고민하고 얻어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이미 정해진 사회적 합리에 의한 것인지 확신할 수 있는가. 지금껏 살면서 또 독서를 하면서 한 권의 책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단정할 수도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해왔다. 소위 연애처럼 ‘타이밍‘이 잘 맞아서 마침 누군가의 사고나 부고가 촉발제 역할을 한 것처럼 독서도 그럴 수 있다고 볼 뿐이었는데 <가치 있는 삶>의 저자들 또한 프롤로그에 당당하게 적는다. 만약 독자에게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위한 의지나 희망 혹은 바람이 있었다면 분명 ‘이 책이 당신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다‘라고.

‘내 삶을 바꿀 수 있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저자 말처럼 그냥 살아도 되는 이 생을 ‘분별‘을 가지고 살아보려는 이 시도를 위한 귀한 시간을 받았으니 허비할 수 없다. 고전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고, 예수, 부처 혹은 누구에게라도 헌신과 용기로 찬사받을 만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가져야 할 ‘의문‘에 대해 알 수 있다. 다만 그 의문이라는 것이 거창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예수님을 따랐던 어부 베드로처럼 ‘그물을 놓고‘바로 따를 수도 있다. 삶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을 관찰해보고 ‘재고 조사‘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의문을 품고 나아갈 수 있다. 또 서두에 발췌한 햄스터와 우리를 비교했을 때 가장 차이가 ‘책임 유무‘다.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어쩌면 의심하기를 그만두고 살아지는대로 살아가고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사람과 나의 가치가 반드시 동일하다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내가 품은 의문이 상대에게는 다를 수 있고 또 같은 의문일지라도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저자 모두 기독교인이지만 기독교가 그 해답이라고 정해놓지 않았다. 심지어 책에 실린 내용도 자신들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이 우리에게 해주는 것은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우리가 던져야 할 의문이 있고, 그 의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과 그냥 두고 지나쳐야만 하는 순간들도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지나치게 노력하지 마라. ‘의문‘과 마찬가지로 진정으로 큰 그림에도 항상 위험이 따른다.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든, 중요한 문제에 잘못된 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중략-
그렇다고 노력을 그만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실수에 무력해지지 않고 위험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공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232-233쪽

사는 동안 우리에게 뜻하지 않은 시련, 고통이 반드시 찾아온다. 그 순간을 견뎌낸 인물로 종종 ‘욥‘의 이야기를 언급하는 데 이 책에서도 욥이 괴로운 날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견뎠는지에 대해 말한다. 욥은 끊임없이 분노하거나 자포자기 하지 않았다. 이겨내려고 억지를 쓰지도 않았다. 오래 전 괴로운 날에, 박영선 원로 목사의 ‘수동적으로 끌려가라‘라는 강론을 들었다. 내가 내 뜻대로, 내 힘으로 억지로 ‘내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될 때가 있다. 이런 고통을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다. 정보라의 <고통에 관하여>에 적힌 글처럼, ‘몸을 가진 존재는 고통을 느낄 수 밖에 없고‘, ‘결국 의문은 삶에 대한 질문이다(302쪽)‘. ‘가치 있는 삶‘은 결국 끊임없는 의문을 통해 다가갈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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