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치백 - 2023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이치카와 사오 지음, 양윤옥 옮김 / 허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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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고통받는 꼽추 괴물의 모습 따위, 일본의 비장애인은 상상해 본 적도 없을 것이다. 종이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서서히 등뼈가 찌부러지는 것만 같은데도, ‘종이 냄새가 좋다, 책장을 넘기는 감촉이 좋다‘라는 등의 말씀을 하시면서 전자서적을 깎아내리는 비장애인은 근심 걱정이 없어서 얼마나 좋으실까.


출산 후 아이를 키우며 종이책을 읽는 것이 힘들어 어쩌다보니 전자책을 이용하게 되었고, 전자책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쓴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묵자가 아닌 점자를 읽어야 하는 사람들의 불편만을 생각했지 소위, ‘벽돌책’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위의 발췌문을 읽는 내내 ‘도대체 나란 인간은’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무지한 것이 사실이나 어느 부분에서 무지한 것이 부끄럽고 속상한 줄을 몰랐던 것이다. 20203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헌치백>은 장애인 당사자 이치카와 사오의 첫 일반소설로 이전에는 장르소설을 다양하게 집필해왔다고 한다. 한국영화 <오아시스>를 보았고, 일본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개선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는데 한국의 현실을 안다면, 또 상대적으로 일본을 비교하며 취약한 시설과 시선을 부러워한다는 것을 저자는 알고 있을까.

‘임신과 중절이 하고 싶다.’낙태금지를 매일 같이 외치는 편에서는 이런 내용 자체를 두고 불쾌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샤카가 말하는 중절이 살아있는 존재로서 할 수 있는 ‘생의 자격과 의무’라는 점을 오히려 반박할지도 모른다. 죽음이 생이 될 수는 없다고. 살기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죽여야만 하는 샤카에게도 그 말이 해당이 될까. 상대적으로 기독교의 영향이 크지 않은 일본에서 나고 자란 저자이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다지 오래지 않은 과거에 장애인들의 중절을 사회적으로 권고 아닌 다른 의미의 책임으로 강요하던 시절이 있었다. 낙태는 금지라면서 장애인들의 생명은 해당되지 않은 그런 인식이 법이 개정되었다고 함께 달라진 것 같진 않다. 노골적인 표현들 때문에 이 책을 수상 전에 읽은 작가의 아버지는 화를 냈다고 한다. 마치 영화 오아시스 속 절정에 이른 여동생의 소리를 고통에 몸부리치는 비명으로 오인한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쓰는 나는 과연 얼마나 다를까 자신할 순 없다. 다만 이전에 소설을 읽으며 가지는 자기반성이 일시적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면 그런 찰나의 빛들이 매일 이어진다면 그것이 연속성이자 일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소설을 읽고 같이 읽자고 이렇게 비루한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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