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의 부엌 - 도쿄 일인 생활 레시피 에세이
오토나쿨 지음 / 유선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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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남편 한 명, 아들 한 명과 함께 거주하며 육아가 삶의 중심을 자리하고 있지만 결혼 전까지만 하더라도 15년 동안 중간 중간 언니와 함께 동거하긴 했어도 거의 10년 가까이 혼자 살았다. 당시에도 마음이 힘들거나 아플 때면 부엌으로 나와 더운 음식을 해먹으며 기운을 차렸다. 그래서인지 ‘재생 부엌’이라는 타이틀에 공감이 갔고, 책을 다 읽은 지금 적극적으로 부엌을 통한 재생을 희망하며 후기를 적는다.

어두운 우울의 심연에 빠졌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돼준 곳이 부엌입니다. 228쪽

이 책의 표지 혹은 타이틀을 보고 읽고 싶다고 생각한 분들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생각해본다. 처음 이 책을 읽으려고 했을 때의 나처럼 ‘일본식 부엌,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현실화’ 혹은 ‘1인 살림’이나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정갈한 일본 가정식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 모두 다 담겨져있다. 무엇보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재생의 부엌‘ 그 자체였다. 재생하기 위해 부엌을 찾을 수도 있고 특정 음식을 떠올릴 수도 있다. 혹은 ’맥주‘와 같은 주류와 함께 했던 추억이 발단이 될 수도 있다. 책에서 유일하게 네 번이나 등장하는 빵이 저자의 애정품목이라면 내게는 아마도 ’맥주‘이지 않을까.

사실 맥주는 계절과 상관없죠. 135쪽
슬플 땐 맥주 앞으로. 150쪽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남편과 산다는 것은 술로 인해 싸울 일이 없다는 장점도 있지만 술 한 잔 기울이며(물론 한 잔만 마시지 않고 저자처럼 삿뽀로 큰 병은 마셔줘야) 인생을 안주삼는 기쁨도 없다는 단점이 있다. 남편이 잘 마시지 않으니 밖에서 마시는 것도 편치 않아 한 여름 아이를 재우고 안주 없이 마시는 맥주 한 캔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다 이 책에서 무려 4~5페이지 걸쳐 펼쳐지는 회와 구이와 비루의 향연을 읽으면서 괴롭고 행복했고 남편이 함께 잘 마셔주던 연애때가 그리웠다. 심한 편식가인 저자가 무를 두고 ’어른의 맛‘이라고 했다면, 나마비루(생맥주)야 말로 내겐 ’어른의 맛‘인 셈이다. 그렇게 마시지도 않았느나 읽다가 취한 상태에서 어머님께 해드린 도미 밥 편을 읽었다. 나만 모진 말을 하는 철없는 자식은 아니었구만‘하며 웃으며 읽다가 약속을 지키기 못했다는 문장을 읽고 울컥했다. 생선을 싫어하는 자녀가 성장 해 생선을 굽고 대접했을 때 그 맛이 얼마나 감동이셨을까 싶다. 그 밥을 드실 수 있어서, 편식도 나아지고 당신이 좋아하던 몸에 좋은 생선을 알아서 잘 먹게 된 걸 아셔서 정말 다행이었다. 작년에 처음으로 엄마 칠순 때 부쳤던 전들이 생각난다. 내 입에도 꽤 잘 부쳐서 내가 잘한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내가 잘 한 것이 아니라 엄마를 위해 그 음식에 마법이 이뤄졌음을.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들에게만 허락된 그 마법이 다른 이들에게도 많이 많이 퍼지면 좋겠다.
날이 추워서인지 거의 끝자락에 실린 ’나베‘요리도 당장 해먹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 전골요리, 샤브샤브 등 ’국물이 끝내주는‘요리를 함께 나눠먹는 것, 다른 계절보다 겨울에 더 느낄 수 있는 까닭은 맥주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 저자 말대로 여름을 제대로 느끼는 것과 같을 것이다. 늦은 시간 피곤한 줄도 모르고, 마스크와 모자를 벗지도 않고 식재료를 준비하는 자신이 ’주는 사람‘이라는 저자의 말에 박수치며 공감한다. 음식 대접을 직접 받진 않았지만 이 책을 읽는동안 충분히 느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글의 감칠맛이 더해져 좋았다. 다음책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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