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2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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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작가의 소설은 사실 부담스럽다. 저주토끼를 읽을 때도 그 이후에도 아무런 감정이 없던 사물을 혹은 사건을 다르게 보게 만든다. 소설에 빠져들어 불편을 감수하며 읽는 자체는 독자로서 신나고 고맙지만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는 피하고 싶거나 외면하고 있는 자신을 모른 척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작가는 바로 그 지점을 문학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과감하게 들춰낸다. 표제작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는 공포영화에서 흔히 마주하는 구성이다. 집단 폭행 이후 반성이나 속죄없이 살아가던 가해자들이 하나 둘 피해자로 짐작되는 비현실적인 존재에게 공격을 당한다. 권선징악이라는 보편적인 구성에 작가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절대적인 존재 혹은 독자외에 또 다른 존재가 함께 지켜보는 듯한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어지는 작품<감염>은 폭력의 연쇄성을 보여준다. 시집살이를 호되게 당한 시어머니가 더 고약하게 며느리를 괴롭히고 군대나 운동처럼 폐쇄적인 집단의 가혹행위가 바로 그렇다. 작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폭력을 당한 적이 없더라도 그런 어두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다. 시작이 강압이나 동정 혹은 금전이나 또 다른 불가항력적인 이유라도 일단 시작된 폭력은 상대의 과거와 환경이 어떤 방패도 되지 못한다. <내 친구 좀비>는 앞서 읽었던 작품들과 다른 결로 안타까웠다. 가정과 가정 밖 집단에서 행해지는 폭력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가정이나 사회 안팎으로 끊임없이 비교 당하고 무언가 내보여야만 하는 사회적 존재로서 당하는 또 다른 폭력을 다룬다. 이렇다보니 과연 나는 이 모든 폭력을 ‘읽기’만 하는 독자인지 마치 수기처럼 ‘공감’하는 독자인지 혹은 방관하거나 외면하는 문자 그대로의 독자이기만을 원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고민이라고 적었지만 서두에 밝힌 것처럼 괴로워하면서도 작가의 다른 작품이 또 기다린다. 마치 <감염> 속 그들처럼. 그러니 이 작가는 얼마나 무서운 작가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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