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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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웃긴 사람이었나.

두 번째 소설집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놓고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표제작 선녀를 위한 변론 외에 인어의 소송,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 모서리의 메리 그리고 앞의 내용과 다른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을 제외하고는 저자의 저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어릴 때 읽었던 동화를 법정 스릴러로 리라이팅한 <인어의 소송>과 <선녀를 위한 변론>은 시도 자체가 재미있는데다 이야기의 흐름이 낯설거나 거부감없이 흥미롭고 즐거웠다. 개인적으로는 마녀를 법정에 세우는 장면 등이 영상으로 제작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틀 자체는 <선녀를 위한 변론>만큼 집중되는 것은 없으나 내용만 봤을 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작품마다 그동안 독자들이 인물들에게 가지는 답답함과 현실세계로 옮겨왔을 때 부당하게 느껴졌던 부분들을 건드렸다는 점에서는 작품 모두 흥미로웠고, 서두에 발췌한 문장에 어울리는 작품은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였다. 회사마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고 하고 싶지도 않은 인물이 한 명씩 있기 마련인데 그런 인물들에게 의외의 사연이 있었다는 식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았다는 점,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무기로 쓰는 것이 아니라는 점, 엄청나게 영리한 동물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좋았다. 이어서 등장하는 <모서리의 메리>역시 엄청난 지능으로 인간에게 힌트를 주거나 사람을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교감과 상황을 위트있게 글로 풀어나는 작가의 강점을 잘 살린 작품으로 누군가를 향한 진심어린 걱정과 따뜻한 시선은 인간과 동물을 넘어서 작지만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얘가 마음만 먹으면 제 손가락쯤은 금방 분질러먹을 수 있을 거예요.˝

기숙 씨가 말했다. 타미의 하얗고 튼튼한 송곳니를 보면 능히 그럴 성싶었다.

˝그런데요. 그러지 않는 게 얼마나 착해요?˝

기숙씨는 환화게 웃으며 타미의 궁둥이를 툭툭 쳤다.

그래. 사랑하기로 마음먹으면 모든 면이 다 놀랍고 기특한 법이다.

모서리의 메리 중에서



동시에 사는 동안 말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잔소리를 얼마나 많이 해대고 사는지 반성하게 만든다. 그런가하면 결이 전혀 다르다고 했던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은 읽고나서 긴 시간 맘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작품을 목차 순으로 읽다보니 점점 커져가는 흥미와 즐거움이 극대화 되었을 때 읽어서 그런지 어린 아이를 무참하게 살해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대했을 때, 실제 사건은 보다 더 참혹했음을 검색을 통해 알고서는 한참을 멍하게 마음을 진정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수록된 작품 중 그 어떤 작품을 무작위로 선택해 읽더라도 작가의 전작이나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들 것 같다. 이미 알던 이야기를 리라이팅 할 때의 좋은 점은 전작의 성공으로 기대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과 어쩔 수 없이 비교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 기준으로 봤을 때 <선녀를 위한 변론>은 동화나 사건이 가지는 시대적 이질감과 모호한 결말을 해결해주고 시공간을 넘어 한번 더 공감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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