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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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리 대단한 걸 쓰겠다고 이러고 있나!˝ 이러헥 말하며 웃고 말지만 다시 책상 앞에 돌아와 글을 마주하면 농담했던 기분은 어느새 날아가 버린다. 나의 등 뒤로. 노트북 너머 창문 밖으로. 사실은 대단한 걸 쓰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쓰고 싶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이 책을 만드는 사람들, 언젠가 이 글을 읽을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고 싶다. 지금은 이게 나의 몫이다. 122쪽



대단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쓰고 싶은 사람, 김달님 작가의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글쓰기와 관련된 에세이나 인문서적만 보더라도 ‘정성을 들이는 작업‘이야말로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직업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이해인 수녀님도, 정혜윤 PD도 추천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돌아가신 조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이야기, 자신이 인터뷰했던 이들의 글과 만남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저자의 할아버지가 저자를 ‘계절이라는 가을이고, 살아있는 것을 조용히 끌어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신 마음도 짐작된다. 누군가의 이야기들을 잔뜩 풀어놓은 글을 읽으면서 소개해주어서 고맙다는 생각정도는 들었지만 이처럼 그 이야기 하나하나에 마음을 들이면서도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은 조금도 넣지 않은 작가는 처음이었다.



˝너는 피아노를 배울 때 어렵지 않았어?˝

˝처음엔 저도 어려워서 많이 틀렸어요.˝

˝틀리면 부끄럽지 않았어?˝

˝부끄럽지 않았어요.˝

˝왜?˝

˝왜냐하면 저는 배우는 중이니까요. 원래 배울 때는요, 어려운 거예요.˝ 97쪽



서른 넘어 피아노를 배우면서 자꾸 실수하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다는 저자에게 아홉살이지만 피아노는 선배인 지인의 아이와 나누는 대화를 보며 울컥했다. 엄마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말,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야.˝라는 말이 너무 핑계처럼 느껴져 자괴감이 들곤 했는데 저 대화를 보면서 더이상 그 말이 ‘우리끼리의 위로‘나 ‘변명‘이 아님을 깨달았다. 하물며 취미로 배우는 피아노도 어려운 데, 한 생명의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 성장 뿐 아니라 사회에서의 안정된 삶을 위한 토대를 구축시키는 것이 어찌 어렵지 않을까. 또, ‘글을 쓰는 일은 무언가 ‘되다 말다‘의 연속이다. 어느날에는 1시간 만에 초고 한 편을 쓰고, 어느 때에는 글 하나를 완성하는 데 며칠이 걸린다.‘ (118쪽)는 말도 인상 깊었다. 이렇게 책을 읽고 서평을 적는 입장에서도 가슴이 벅찰 만큼 감동을 받은 책이 많이 읽히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열심히 써봐도 그다지 읽고 싶은 책처럼 다가오지 않을 때에는 서평인데도 며칠 씩 붙들어가며 서평을 적을 때가 있다.



그렇게 무너진 마음을 애써 추스르고 나면 얼마 안 가 같은 이유로 다시 무너지고. 회복하고. 또다시 무너지고. 그러길 수없이 반복했던 것 같아. 괴로운 날들이었지만 나에겐 꼭 필요한 시간이었어. 무어진 마음을 애써 일으키고 나면 또다시 무너지더라도 그 전과 똑같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그렇게 조금씩 나아진다는 걸 시간이 지난 후에 깨달았거든. 240쪽



‘나를 사랑하는 것‘. 내게는 이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 원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저자의 지인이었던 G언니의 사연이 내 이야기처럼 들렸다. 사랑받을 자격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더이상 무언가를 줄 수 없는 상황이 오면 혼자 남게 될 거라는 불안. 사실 혼자남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내게는 없었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아닌 그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해 줄 수 없다는 것이 슬펐다. G 언니가 절에서 머물며 무너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회복할 수 있었다면 내게는 무엇이 그런 깨달음을 얻게 해주었을까. 신앙이었을까. 아니면 이렇게 읽고 서평을 쓰는 습관이었을까. 아마도 언급했던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있을것이다. 그러니 이런 글을 쓰는 저자를 만나게 되면 욕심만큼 맘에드는 서평이 적을 수 없다고 해도 마냥 기쁘다. 누군가를 잃은 상실에도, 나아가려는 길이 막힌 듯 답답함을 느낀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믹스커피 한 잔을 타서 창가에 앉아 바람을 맞는 것만으로도 더할 수 없는 생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음을 알게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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