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2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고전의 숲 두란노 머스트북 3
존 번연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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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번연의 천로역정 1부를 먼저 읽고 2부를 읽으면 좋았겠지만 사정상 2부를 읽다가 도저히 궁금함을 참지못해 1부를 뒤늦게 함께 읽었다. 시작부터 ‘이건 내 이야긴가‘ 싶었는데 특히 크리스티아나가 담대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순례 길을 떠나는 부분이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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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강을 건너가 더 이상 소식을 들을 수 없게 된 후로 크리스티아나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소. 처음에는 남편을 잃었다는 생각뿐이었지. 남편과의 사랑의 관계가 완전히 끊어졌다는 생각 말이오. 알다시피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면 갖가지 무거운 상념에 잠기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소? -중략-

‘내가 남편에게 못되게 굴어서 남편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걸까? 남편이 그래서 나를 떠난 게 아닐까?‘ 33-34쪽

후회하는 크리스티아나의 말들은 평소에 내가 자주 하는 후회들 중 하나였다. 무언가 행동으로 옮기지도 못하면서 자책하는 모습은 앞으로나아가지도, 주님께로 향하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크리스티아나는 곧바로 우울한 기분을 떨쳐내려고 하는데 그녀를 바라보는 흉악한 것들의 대화만 보더라도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악들이 존재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긍휼이 우는 모습은 자신을 따라다니는 군중을 보시며 가여워하시던 예수님을 떠올리게 했다. 동시에 초대받지 못해 문이 열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은 세례받기 전의 나의 모습이었다. 예비자교육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면 어떻게하지?, 혹 사고나 사건으로 세례식에 참석하지 못하면? 등 혼자서 어리석은 고민을 많이 했었다. 문지기의 말처럼 간절한 기도, 주님께 더 가까이, 주님의 일을 하고자 하는 그 가난한 마음을 주님께서는 결코 외면하지 않으신다는 믿음이 있었다면 그런 고통은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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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지 말고 믿음을 가지세요. 81쪽

일가친척을 다 두고 떠나는 것에 마음이 무거웠던 긍휼의 이야기를 듣고 해석자는 룻과 그 아내를 언급했다. 현실이나 과거에 너무 매이면 앞으로도 갈 수 없고 주님께도 갈 수 없다. 무엇보다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없는 줄 알면서도 서두에 밝힌 것처럼 잦은 횟수로 나는 나를 너무 매며 살고 있었다. 크리스티아나의 모습과 긍휼의 모습은 누군가의 말처럼 모두 내 모습이기도 하고, 어느 순간 정말 내 이야기가 되기도 했다. ‘담대하게‘라는 말을 이전에는 큰 의미없이 사용했지만 ‘겸손의 골짜기‘부분을 읽으며 생각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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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마음이 가난하고 심령에 통회하며 내 말을 듣고 떠는 자 그 사람은 내가 돌보려니와. 136쪽

이전에 읽었던 존 비비어의 <거룩한 두려움>이 생각났다. 주님을 경외해야 한다는 말은 결국 가난한 마음으로 그 말씀에 떠는 것이 아닐까. 두려움이 있지 않으면 친근함을 넘어 교만에 빠질 수 밖에 없고, 그 교만은 결코 주저함 없이 우리를 죄로 이끈다. 믿음이 약해지는 것에도 두려움을 가져야 하지만 무엇보다 그분께서 용서든 은총이든 주시지 않거나 주실 수 없다는 나로 가득찬 시선에서 멀어져야 한다. 크리스티아나의 말처럼 두려움씨처럼 ‘괴로움이 짓누를 나머지 쉴 수 있도록 마련된 집의 문조차 두드리지 못하는(159쪽)‘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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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땅은 원수가 순례자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설치한 마지막 안식처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보다시피 순례 길이 거의 끝나 가는 이곳에 있는 거지요. 그래서 더 위험한 곳입니다. 여행 끝 무렵에는 몸이 그야말로 천근만근이라서 그냥 앉아서 쉬고만 싶은 마음이 이전보다 훨씬 더 간절해 지니까요. 234-235쪽

천로역정을 읽으면서, 또 존 번연의 삶을 보더라도 주님을 향한 믿음이 때론 흔들리고 자책하며 우울에 빠지더라도 그것이 다름아닌 ‘순례의 여정‘임을 떠올리며 멈추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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