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마음 시인동네 시인선 205
이제야 지음 / 시인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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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제야 시인의 <일종의 마음>을 읽었다. 글이 작가의 손을 떠나 한 권의 ‘책’이 되어 독자에게 읽히는 순간, 그 이야기를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지는 온전히 독자의 몫이라던 그 말을 믿고 좋아했다. 하지만 이 시집을 읽으면서 시인에게 물어보고 싶고 부탁하고 싶어졌다. 끝없이 추락하는 이 아픔이 맞는건지, 시집을 읽다가 시어들로 눈물이 차오를 때 휴지를건네달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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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마음에 영원을 두지 않은 것이 사랑이라면
어느 날이 가장 아름다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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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우리는 바다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었지.
<벽에 기댄 화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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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영원한 것이 아님을, 영원한 것만이 사랑은 아니라는 것을 어른이 된 지금은 알고 있다.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가장 두렵고 불안했던 날들이 시인의 말처럼 ‘가장 아름다운 날’인 것을 알고 덜 슬퍼하고 더 기뻐할 수 있었을까. 아닐 것이다. 오히려 <우리의 바다>에서, ‘기다리지 않음으로 가까워지는 것들이’있음을 알고 아름다울 수 있는 날조차 거부했을것이다. 해설을 보면 시인은 ‘내가 보는 너, 나의 짐작’대로 상대와 관계를 못박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상대를 규정한다면 스스로 얼마나 교만과 슬픔에 갇혀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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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을 쌓던 아침이 있었지
무너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만드는 집에는
쌓인 것들이 피어나 지붕이 된다는데
<끝의 마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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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문자로 마음을 쌓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바람으로 시를 쓰고 소설을 쓰고 책을 출간할테지만 어쩌면 그것은모든 마음들의 지붕이 되어 지켜줌과 동시에 하늘로부터 가리워지고 만다. 인간이 인간에게 솔직해질 때 신과의 거리는얼마나 멀어지는 것일까 생각해본다. 연인처럼 사랑이 곧 기쁨이고 이별이 곧 소멸인 관계에서 더 나아가 아이와 어른, 자녀와 엄마의 관계에서는 어떤 말들로 서로의 마음을 새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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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깊은 다정함이 깊은 믿음을 만들 수 있을까

어른은 지나지 않는 계절들이 많아지는 것이라는데
풍선이 날아가는 곳으로 마음을 모두 주던 때가 있었지
<구름과 그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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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하고 부르고 저렇게 묻고 싶다. 아이를 향한 나의 다정함은 아이부터 나를 신뢰하는 마음과 비례할 수 있을까. 아이가 커 갈수록, 표정이 다양해지고 감출 수 있는 때가 되고보니 그것을 확신할 수 없어 이따금 불안하다. 여전히 나는 아이처럼 ‘풍선이 날아가는 곳으로 마음을 모두 주던’아이에게 전부를 주고 있다. 시인은 <가장 작은 위로>에서 ‘마음을 모음이라고 잘못 쓴 밤이 있었’다는데 요즘 나와 아이는 감정카드를 가지고 결국 마음이 모든 감정의 ‘모듬’속에서 상황에맞는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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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여름으로 지나는 시간에
그럴긋한 속사정들이 서로를 붙잡는 밤이 있지
<다정한 여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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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도 지났는데 여전히 더운 날이 지속되는 날들에 <일종의 마음>을 읽고 서두에 밝힌 것처럼 감정이 갈피를 잡지 못해여기저기 흩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글로 적어가며 ’누군가의 정신과 사유는 언어를 통해 전달도기보다는 언어속에서 드러난다‘(해설 내용 중, 발터 벤야민의 발췌문 인용)는 말이 꼭 맞았다. 이 시집이 누군가의 어떤 사정을 나눌 수 있을지 기대된다. 많이 읽히길, 많이들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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