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나우웬의 안식의 여정 - 마지막 한 해, 만남과 기도로 꽃피운 일상 영성의 기록
헨리 나우웬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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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안식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무엇을 하고 싶을까. 헨리 나우웬이 집필한 <안식의 여정>은 저자의 안식의 해, 1년간의 일기를 담고 있다. 쓸 수 밖에 없고, 쓰는 행위를 통해 기쁨을 얻었던 저자의 글들은 독자에게도 읽는 그 순간만큼은 쉼이 되어주었다.



성경 말씀을 읽고 그것이 오늘 우리 삶에 주는 의미를 묵상하며 어려움에 처한 많은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예수님의 살과 피를 받는 것이야말로 어떤 유익한 대화나 근사한 식사로도 이룰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를 하나 되게 해 준다. 35쪽



매주 주일마다 교회에 나가 말씀을 듣고 예수님의 살과 피를 받으면서도 어떤 때에는 감정이 격해질 때도 있고, 또 어느 때에는 의무처럼 무감각 한 적도 전혀 없진 않았다. <안식의 여정>은 감정이 고조되는 부분이 있다거나 특별하게 와닿는 문장이 많은 정도가 아니다. 그냥 하루하루 그의 일기속에 나의 신앙고백이 절로 되었다. 기도하는 시간이 늘어나지 않는 것, 그것이 이웃에 대한 사랑이 늘지 않는다는 말과 같았다.



오늘 나는 집에 남아 글을 쓰고 기도하며 쉬고 있다. 친구 집에라도 가서 추수감사절 저녁을 함께 먹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조용히 집에 있는 것이 제일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7쪽



아이가 없었던 과거에는 특별한 날에는 꼭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저자가 말하는 ‘완전한 침묵’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아이의 소리가 귀찮거나 창밖의 소음이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침묵을 소중하게 느낄 수 있는 일상의 분주함으로 인한 감사였다. 안식년의 쓰인 일기다 보니 카페나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책의 페이지가 무덤덤하게 넘어갔다. 그러다 모두가 잠든 시간, 이른 새벽과 밤, 여행지에서 읽을 때는 글자가 그대로 살아 움직였다.



크리스마스와 생일날 많은 선물을 받았다. 꼭 가지고 가야 할 것은 무엇일까? 처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간혹 나는 내가 들고 다니는 ‘짐’의 양에 짜증이 난다. 왜 좀 더 가볍게 다닐 수 없는 것일까? 188-189쪽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길을 떠날 때 짐을 꾸리지 말라고,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셨다. 내 삶이 기도가 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도 짐은 자꾸 늘어난다. 기도는 늘지 않고 짐은 늘어나는 나의 삶, 저자가 짐 때문에 짜증이 난다는 말에 웃음이 나면서도 읽는 순간 여행지에 들고 온 짐을 둘러보았다. 기념사진을 위해 가져온 키링, 마찬가지로 예쁜 사진을 기록하기 위한 디카 등 굳이 챙겨오지 않아도 될 짐들이 가득했다. 다행인건 출발 전 부터 책은 <안식의 여정>한 권이면 충분하다고 여겨 다른 책은 가져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책은 정말이지 필요없었다. 올 여름, 태풍과 무더위로 걱정과 지침의 연속이었던 3주 동안 이 책을 손에 늘 들고 다녔던 까닭이다. 천천히 읽어주길 바란다는 추천사의 말이 참이었다. 저자가 그러했듯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일기를 읽는 동안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귀를 기울이며 기도했고, 전시를 관람하고 다른 책을 읽으면서도 늘 머릿속에는 무언가 나도 적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것이 나 뿐 아니라 이웃, 나아가서는 주님께서 베푸신 은총 하나하나를 더 잘 깨닫게 하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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