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불안 - 어느 도시 유랑자의 베를린 일기
에이미 립트롯 지음, 성원 옮김 / 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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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오랜만이었다. 읽을수록 자꾸만 내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지는 책, 쓰지 않고서는 도저히 다음 페이지를 넘어갈 수 없게 만드는, 읽고서도 다시 이전페이지로 돌아가 나의 말을 결코 들을 수 없을 줄 알면서도 내 사정을 구구절절 늘어놓고 싶어지는 책을 만나는 건 행운이었다. 에이미 립트롯의 #온전한불안 은 그렇게 내게 #온전한사유 의 기회를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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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은 자신의 일기에서 자신을 A로, 자신과 함께 있는 사람은 조수든 친구든 누구든 B로 칭한다. 32쪽

나는 이제 철저하게 저자와 나를 번갈아가며 A or B로 칭할 생각이다. 이 책이 궁금해서 서평을 읽는 독자에게는 안타깝게도 조금은 불편함을 줄 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불쾌했던 유쾌했던 서평을 찾아볼 요량이 생긴 독자라면 어쨌거나 이런 칭함이 반갑지 않을까 싶다. A는 베를린으로 떠난다.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을 하려고 떠나는 그 여행은 이미 온전하게 불안하고 온전하게 고독하기에 완벽하게 자유롭다. 처음에는 적을 두기 위해 사람보다 탐조 행위를 시작한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떠내보낸 뒤 탐조행위를 통해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와 자신의 삶을 명징하게 바라보게 된 #메이블이야기 를 떠올리게 했다. 좀 더 본격적인 탐조 활동은 이방인처럼 머무르고자 했던 베를린에서 언어를 익히고 그러기 위해서 루틴을 만들어낸다. 철저하게 디지털노마드족이면서 글을 지속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드는 기한이 정해진 리츄얼이 아니었을까 싶다. 저자가 새의 이름을 독일어로 부르게 될 즘을 읽을 무렵엔 나도 이미 몇 개의 맘에 드는 독일어 몇 단어를 혼자 읖조린다. 동시에 어쩌면 많은 이들이 불필요한 이메일 확인시간을 줄여야 하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것이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인생을 바꿔줄 이메일을 기다리고(105쪽)-있기 때문이란 문장을 필사하기도 한다.

베를린이어야 했던 이유를 저자는 말해주지만 B이자동시에 A가될수 있는 내게 베를린은 그가 언급한 많은 것들 중 고지식하면서도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광대역 통신으로 빠르게 접속하면서도 결국 자기 기억과 과거를 큐레이팅하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모습은 오래전 한 자 한 자 글로 그림으로 기록을 남기던 고지식함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온전한 불안의 출간 소식을 접하고 #아웃런 을 다시 꺼내 읽다가 이번에도 결국 완독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웃런을 알지 못했다면 이 책을 조금 늦게 만났을거란 확신은 든다. 마치 ‘베를린은 항상 조금 늦게 도착했다는 느낌이 드는 곳(41쪽’이어도 상관없었던 것처럼 지금 충분히 좋다. 그리고 아웃런으로 다시 넘어가고 있다. 이 책을 지금 만나서 너무 기쁘다. 분명 지금 이 서평을 읽는 누군가도 조금 늦었지만 인생책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니 추천한다.

#에이미립트롯 #노마드 #유랑자 #베를린 #amyliptrot #출판사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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