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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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례를 종교적인 의식으로만 여길 때가 많다. 하지만 의례는 넓은 의미로 종교, 숭배, 영적인 관습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정확한 절차에 따라 자주 되풀이하는 구체적인 행동은 모두 의례다. 차례대로 이어지는 행동들도 의례라고 할 수있다.
27쪽
이 책은 10가지의 의례, 인사, 집단, 구애, 선물, 소리, 무언, 놀이, 애도, 회복 마지막으로 여행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의례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책의 내용 중 집단의례에 해당되는 이미지만 떠올랐는데 읽다보니 가볍게는 타인과 나누는 인사, 호감있는 대상을 향한 구애와 선물 등 많은 것이 의례에 속했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힘이 있다. 이 행성 위의 서식지와 모든 생명을 보호할 힘과 파괴할 힘이다. -중략-
자연재해든 인재든 모두가 영향을 받는다. 동물과 서식지를 구하기로 결심하면 우리 자신도 구원할 수 있다. 이 것이 바로 이 책의 10가지 의례가 중요한 이유다. 우리는 10가지 의례를 통해 자신과의 관계, 사람들과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를더욱 튼튼하게 구축 할 수 있다. 301쪽


타이틀에 언급된 코끼리외에도 여러 학자들의 각기 다른 동물들의 연구결과를 포함 해 한마디로 자연과 인간의 의례의차이와 의례의 지속성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설명이라고 표현하자니 조금 딱딱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챕터사이에 등장하는 아포리즘이나 사진, 음악, 소개되는 책들 무엇보다 수화로 자신의 감정과 과거를 소개하는 등의놀라운 동물 일화들로 결코 지루하지 않다.


이 책에서 가장 공감했던 의례는 아직 어린 아이를 기르고 있어서인지 ‘놀이 의례’가 크게 와닿았다. 사자나 코끼리들은어린 시절부터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먹이를 공격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배운다. 인간도 크게 다르지않다. 아이와 놀아주다보면 장난감을 함께 가지고 노는 법을 통해 또래사이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규칙을 배우게 되고그림그리기와 같은 행위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운다.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만 놀이 의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를 해소나 부정적인 감정을 누르고 웃음과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기운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놀이는 반드시 필요하다. 당연히 과한 중독 현상이 염려되기는 하지만 나또한 저자의 말처럼 비디오 게임도 그런 맥락에서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타이틀이 된 ‘코끼리도 장레식장에 간다’는 8장 애도 의례에서 등장한다. 애도와 사체를 처리하는 것을 인류학자들은 구분하고 있는데 크게 두 가지 행동이 존재하느냐의 따라 달라진다. 만약 어떤 행위가 애도에 포함되려면 무리에서 누군가 죽었을 때 그 곁을 지키는 동료가 있는지, 또 죽음 이후의 행동이 달라지는, 가령 음식을 먹지 않는다던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거나 하는 등의 행동들로 저자가 소개한 ‘코끼리 버논’이 죽었을 때 코끼리들이흙을 뿌려 사체를 덮어준 후에도 다른 여러 마리의 코끼리들이 번갈아 찾아오고 그 곁을 지키는 등의 행동, 즉 애도 의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코끼리도 장례식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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