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응원해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제목을 보고 단박에 "응"이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면 왜 '응'이라고 답하지 못하는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별로인 삶을 살고 있는거냐며 비난할 수도 있겠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후이의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라는 책은 결혼상대로서의 조건적인 문제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여러 챕터와 또 소제가 따라 붙지만 타이틀을 전부 무시하고 한 번에 쭈욱 읽었는데 어쩌면 이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읽고나니 명확하게 분류해서 읽을만한 내용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대략의 내용은 결혼상대를 고를 때 여러가지 우선순위와 반드시 갖춰야 할 부분이 있겠지만 '품위 있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연애를 시작하기도 전에 고민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말고 우선 실행에 옮기라는 다소 진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이부분은 내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다. 과거 영화<광식이 동생 광태> 속 광식이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한 번 못하고 결국 친구에게 자신이 좋아하던, 알고보니 상대도 같은 마음이었던 여자와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안하는 것 보다는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측면이긴 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시간이 또 십여년 흐르고 보니 의외로 하지 않으면 '후회'로 끝나는 일이 저질렀을 때 최악의 경우 극복할 수 없는 '사고'가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인연이라는 것이 거부하려고 해도 만나지는 것이 '인연'이라는 생각에 맘이 기울었다. 그러니 내가 진부하다고 했다고 해서 저자 후이의 글들이 진부하다고 단순하게 결론짓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반면 크게 와닿았던 이야기도 있는데 저자가 8살이었을 때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어떤 자동차와 살짝 부딪힌 사건이었다. 와서 부딪힌 것이 아니라 서로 지나치다가 생긴 긁힘이면 당연히 어린 아이를 붙잡고 시비를 걸 문제가 아닌데 인성이 덜 된 운전자가 아이를 붙잡고 집이 어디냐, 부모에게 보상받아야 한다는 등으로 겁박을 하는 것을 주변 어른들이 도와줄 생각은 않고 둘레를 만들어가며 같이 비난했던 것이다. 결국 울음이 터지고 주저 앉아버리기 직전, 평소에 인사만 하던 이웃집 할머니가 모여든 어른에게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고 돌아가라고 아이를 보호해주었다. 사람들이 흩어지고 나자 운전자와 아이, 그리고 이웃집 할머니만 남았을 때 가족이 아니면 참견하지 말라는 말에 해당 도로가 일방통행이었던 점을 알려주며 운전자마저 별무리 없이 돌려보낸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할머니가 해주었다는 이야기가 크게 와닿았다.

다른 사람의 하늘이 무너질 때 네가 받쳐줄 수 없다면,

그저 눈 감고 못 본척하는 게 도와주는 거란다.

8살의 저자가 저 말을 제대로 알아듣고 기억할 수 있었을까 싶으면서도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세상에서 저 말보다 더 새겨들어야 할 말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말과 함께 '도와줄 수 있을 때는 돕고, 그렇지 못할 때는 모른 척 해줘야 한다'라고 말해주었다. 성서에서 막달라 마리아가 사람들에게 붙잡혀 돌팔매질을 당하기 전, 예수님께 그녀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묻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때 예수님은 그녀를 나서서 옹호하지도 그렇다고 함께 돌을 던지시지도 않았다. 그저 한 마디,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져라.' 하셨을 뿐이다. 저자가 예로 든 것처럼 친척 중 누군가에게 불행한 일이 닥쳤을 때, 걱정을 가장한 수덕거림 보다는 그저 조용히 그들이 잘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훨씬 낫다. 소셜에 자주 등장하는 '마녀사녕'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잘못된 행위를 비탄할 수는 있지만 일을 더 크게 부풀리거나 확인되지도 않은 일들을 퍼나르는 일들도 결국 지나치게 남의 일에 관여하면서도 그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들에서 책임은 전혀 지지 않으려는 행위도 결국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와줄 수 없을 때는 모른 척 해주는 것. 무관심이 아닌 가장 숙연한 상태의 도움이 아닐까 싶다. 

이런 류의 책들은 사실 읽지 않아도 사는 데 큰 문제는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읽게 되면 나조차 잊고 있었던 나를 돌아보게 되고 지금 내가 고민했던 문제, 특히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내게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상대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저 둘 모두 운 혹은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알게된다. 일흔의 나이에 젖먹이 손녀를 이웃들의 도움으로 잘 길러낸 할머니의 말처럼 '누구보다 내가 나를 가장 많이 돕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의 이야기 중 앞서 언급했던 타인의 불행을 보았을 때의 처세와 '누구보다 내가 나를 도와야 한다'는 이 말을 건진 것 만으로도 책을 읽은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책 제목만 보고서도 주관적인 시선이 아닌 객관화된 시선으로 나를 돌아보게 해주니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