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하면 배로 갚아준다.... 너란 녀석을 누가 말리겠냐?"이번에도 한자와 나오키를 단숨에 읽었다. 그렇다. 이번에도 한자와 나오키는 고구마에서 사이다로 제대로 속시원하게 해주었다. 물론 특출나게 똑똑한 인물이 등장해서 자신의 기지와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긴 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한자와 나오키는 계속 고구마를 먹게 하는 사람도 아니며 자신이 속한 조직사회의 잘못된 점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좌천되었다고 적에게 실패했다고도 할 수 있고 이겼다고 해서 갑자기 출세하는 스토리가 아닌 것이다. 그런점에서 한자와 나오키는 독자에게 어느정도 신뢰를 준다. "걱정마, 배로 갚아줄거니까," 하면서.이번 편에서는 독립적이며 냉철한 미술비평지 벨 에포크를 출간한 미술전문업체를 중심으로 경영난에 빠진 회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창업주의 자녀들과 M&A를 적극권장하는 은행사이에서 융자과장으로서 은행원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한자와 나오키의 활약을 담고 있다.제목에 등장하는 아를르캥과 어릿광대는 예술작품을 통해 그림이나 오페라 등을 통해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릿광대는 알아도 아를르캥은 생소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책에 나온내용을 토대로 풀어보자면 어릿광대는 우스꽝스러운 광대 수준이라면 아를르캥은 교활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사람에게는 아를르캥의 모습도 있고 어릿광대의 모습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때로는 과감하게 이익에 눈 먼 사람처럼 보여지는 것을 감내하기도 해야하고 어느 순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어릿광대 노릇을 하고 있을 수 밖에 없음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포함, 그동안 우리에게 보여지는 M&A는 중소기업에게는 날로 먹으려는 대기업 혹은 해외기업의 횡포처럼 보여졌지만 소설에서는 원활한 경영권 유지와 직원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하나의 선택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강압적으로 체결하려는 부도덕한 인물들이 부정적으로 만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런가하면 진정으로 성공한 사업가의 모습은 무엇인가도 주변인물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깨닫게 해주었다. 여기에서 끝난다면 이번 편이 이전과 그다지 다를 것이 없다고 느낄 것이다. 제목을 다시 언급하자면 <아를르캥과 어릿광대>는 거장의 미술작품으로 한자와 나오키의 활약이 이 작품을 통해 보여지는지 기대해도 좋다. 회화에서 행해지는 모방과 모작, 걸작의 뒷모습 혹은 이면이라는 단어에 호기심이 생긴다면 분명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