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오의 한국현재사 - 역사학자가 마주한 오늘이라는 순간
주진오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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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오의 한국현재사>를 읽기 전까지 내가 알고 있다고 믿고 있던 역사는 얼마나 진실에 가까웠을까. 지난 가을, 역사에 대해, 현재사에 대해 조금 더 알고자 하는 가벼운 마음의 책읽기는 예상과 달리 긴 시간 책에서 언급했던 인물들과 책들을 찾아보느라 이렇게 리뷰를 남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찾아왔으며 이제 그 겨울마저 보내야 할 무렵이 되었으니까.

저는 역사학자가 심판관이 된 것처럼 역사 속 인물들을 함부로 단죄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7쪽, 들어가는 글 중에서-

역사학자 뿐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쉽사리 역사 속 누군가와 그의 자손들마저 단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잘못 알려진 혹은 부러 곡해된 역사를 진실로 살아가는 것만큼 위험하고 곤란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립운동가와 변절자 혹은 매국노라 불리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귀를 솔깃하게 했지만 그보다는 진실을 알고자 하는 노력이 지난 삶속에 있었는가에 대한 자문이 더 컸다. 암기과목을 싫어하는 것과 역사의 인물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자 하는 노력은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암기는 싫다면서도 책에 적힌 그대로 이 사람은 애국자이자 나와는 전혀 다른 의식과 비범함을 가진 사람이라 선을 그었던 것은 아닐까. 1장 사람의 역사에 소개된 안중근과 이봉창의 삶은 비범했지만 그 사람들은 나처럼 보통 사람이었을 뿐이다. 다만 떨리고 두려운 가운데에서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 견뎌내었을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후대의 평가에 따라 누군가는 애국자로 남고 누군가는 기록조차 되지 못한다는데에 있다. 1장에서는 잘못알고 있었던 내용을 깨닫는 것도 중요했지만 잊힌 이름들을 가슴과 머리에 새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2장 만들어가는 역사편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제주 4.3 사건에 관한 것으로 대만 2.28 사건과의 유사점과 차이점이었다. 바로잡아야 할 시기를 놓쳤을 때, 권력을 가진 자들이 방관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엄청난 희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유사한 사건을 두고 희생자들에 대한 진정한 위로와 반성으로 나아가는 대만과 그렇지 못한 우리의 사정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었던 순간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누구든지 그 전환점에 서게 된다면 숙고하며 역사의 방향을 가늠해야겠지요. 그때 내가 내린 판단과 행동이 바람직한 것이었는지는 오직 역사만이 판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160쪽

제대로 반성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왜곡하지 않는 것이 시작일 것이다. 현실은 힘을 가져서는 안되는 이들이 힘을 가지게 되었고, 그로인해 바로잡으려 하는 인물들의 목소리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개개인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부당한 줄 알면서도 더이상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 개개인들의 역사가 왜곡된다면 결국 자신이 속한 단체, 그리고 사회 결국 나라의 역사마저도 왜곡될 것이다. 책을 중간까지 읽을 때는 ‘어떻게 이렇게 잘못될 수 있을까‘ 하며 원망하며 분개하던 마음이 지금 내가 만들어가는 역사, 내가 조금이라도 옳게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게 만들었다. 저자가 원하는 것도 아마 이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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