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드는 사람 - 개정보급판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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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에 불어오는 바람만큼 고마운 것이 있을까. 그런가하면 홀로 있는 밤, 세찬 바람으로 창이 심하게 흔들려 소리가 날때면 별별 생각이 들어 마음이 어지러워지기도 한다. 도시에 사는 내게도 바람은 이렇게 여러모습으로 감정으로 다가오는데 초원에서 바람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며 사는 가우초들에게는 얼마나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 소설 <바람을 만드는 사람>은 가우초 네레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정부주의자의 잘못된 꾐에 넘어가 모든 것을 던진 결과로 일상과 아내를 잃은 네레오의 아버지는 큰 아들은 사고로 잃고 둘째 네레오는 돈을 받고 팔아버린다.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건 매서운 바람이 불어 정신이 나갈만큼 고립되었던 오두막의 밤을 보내고서였다. 그날 이후밤낮으로 울던 네레오를 멈추었던 것은 늙은 가우초가 들려준 ‘웨나‘이야기였다. 웨나는 다름아닌 이 소설의 제목, 바람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를 본 사람도 드물지만 보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웨나의 모습도 각양각색으로 그저 아무나 갈 수 없는 협곡이나 언덕에서 안장없는 검은 말을 타고 있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 웨나를 목격한 이후 네레오의 삶은 온통 웨나를 찾은 것에 집중되었다. 네레오가 맹목적으로 웨나를 찾는 모습을 보면서 히어로물에 자주 등장하는 ‘자아찾기‘의 인물들이 떠올랐다. 내가 누구인지 혹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의 천직은 무엇인지를 찾는 사람들, 혹은 나의 배우자를 찾아 밤낮으로 고민하거나 이념이나 철학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웨나를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성인이 된 네레오는 파타고니아를 벗어나 자신이 살던 고향을 거쳐 남미 여러 곳을 방랑하며 웨나를 찾아나선다. 그의 이야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듣던 이들도 전설은 허구라며, 혹은 이단이라며 그의 여정일 무시하거나 외면하지만 그의 마음 속 웨나찾기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결혼을 하고 아이도 생겨 이제는 가장이 되어 안주하는 것인가 싶었는데 부부가한 곳을 바라보진 못할지라도 서로의 길을 응원해야 함께 할 수 있는데 네레오의 아내는 갑자기 생겨난 엄청난 부에 눌려 예전의 상냥하던 모습을 상실하고 말았다. 결국 다시 길을 떠나는 네레오.

삶은 여행이라는 말이 정말 와닿았던 소설로, 종교나 신 혹은 어떤 가치관이 웨나가 되어 ‘찾았다!‘ 라는 결말보다 뜮임없이 찾아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좋았다. 무엇보다 이 소설이 한국에서 나고자란 작가의 작품이라는 게 놀랍고 감탄할 정도로 푸른 초원과 역사와 종교이야기가 왜곡되지 않고잘 쓰여져 있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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