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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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 사람만큼은 꼭 복수하고야 말겠다 싶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복수하려면 비용도 문제지만같이 망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만약 합법적으로 복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돈만 있다면 직접 할 수고마저도 생략할 수 있다.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세 사람, 옌뉘, 후고 그리고 케빈은 각각 복수를 대신 해주는 회사의CEO, 직원들이다. 후고는 광고회사에서 쌓은 경력을 토대로 괜찮은 돈벌이로 누군가의 분노와 한을 사업수단으로 삼았고 옌뉘와 케빈은 독자들조차 제발 복수하길 바라는 인간 같지 않은 빅토르에게 복수도 하고 생활비도 필요해 후고에게고용되었다. 소설의 시작은 빅토르가 어쩌다 그렇게 몹쓸인간이 되었는지에 대해, 옌뉘가 빅토르와 또 케빈이 빅토르와어떤 원한을 사게 되었는지를 작가 특유의 위트와 글맛을 마구마구 발산한다. 이 소설의 특징은 갤러리를 운영하는 옌뉘집안과 실제 화가를 모티브로 인물을 통해 그림과 관련된 내용으로 옌뉘가 온통 작품으로 가득찬 지하실에서 작품들을통해 위로 받고 스스로 화가의 입장에서 비평가로 역할이 바뀌는 과정이 미대를 나온 내게는 더 흥미롭고 공감이 되는 소설로 느껴졌다. 옌뉘와 케빈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도 서로 자신에 느끼고 감상했던 미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드디어 혼자 자문자답하지 않고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나도 회화를 전공하고 도슨트 활동을 5년째 하면서도 전문가는 결코 아닌 까닭에 어설프게 누군가와 전시나 작품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다가 동기들을 만날 때 비로소 대화의 재미를 느끼곤 했기 때문이다.

복수이야기로 다시 넘어와서 그들의 복수에도 당연히 작품이 매개가 되는데 케빈의 양아버지가 그렸다고 믿었던 그림이사실은 모작에 아닌 진품이란 것을 알게 되는 과정, 이를 이용해 빅토르를 상대로 복수해 가는 과정이 그야말로 유쾌하게진행된다. 다만 읽으면 읽을수록 복수는 통쾌해도 케빈과 옌뉘가 겪어야 했던 청소년기의 암흑과 같은 삶은 한 아이의 엄마인 내게는 두고두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또 후고라는 인물도 어찌보면 우리가 흔히 만나는 나쁘지도 그렇다고 선하다고도 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사고가 조금씩 변화되는 과정을 보는 것도 의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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