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고래 아이들 23번째 작품은 구본석 그림, 반성희 그림 <수표교 세책점>이다. 책을 좋아하다보니 소설이나 에세이뿐 아니라 동화, 그것도 시대가 과거이거나 다른 차원이라면 읽고 싶은 마음이 더 들었다. 이 책은 정조시대의 지금의 서점이라 할 수 있는 세책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겸이‘라는 아이가 주인공이다. 역병으로 어느 날 갑자기 부모를 잃고 자신을 맡아준 외삼촌과도 안타깝게 헤어지는 등 넉넉치는 않았어도 화목했던 가정에서 갑자기 고아가 된 겸이가 책, 특히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마음을 치유하고 건강한 아이로 성장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정조시대인 만큼 우리에겐 낯설지만 분명 존재했던 옛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정겨웠다. 이야기를 듣고 따라하던 겸이가 나중에는 직접 글을 지어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장면에서는 결국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을 두려워말아야하고, 핑계를 대며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 오히려 자신을 치유하고 즐거운 노동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만 적으면 겸이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현실에선 존재하기 힘든 캐릭터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았다. 세책점 주인에게 된통 혼나는 날에는 어딜가도 여기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으로 쫓겨난 상태로 한없이 길을 걷기도 하고, 자신을 도와주었으나 동시에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만든 봉수를원망하기도 한다. 내민손을 잡을줄도 알고, 거짓말 대신 진실을 말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모습은 나이와 상관없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인성일 것이다.

조금 기다려 보아라, 이야기라는 게 은근히 힘이 세거든......152쪽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소설이나 에세이 혹은 자기계발서의 가치를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나친 감성과 지나친 희망이 오히려 현실을 왜곡된 시선으로 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이야기들이 결국 이야기의 부재로 희망을 볼 수 없었던 이들에게는 세책점 주인의 말처럼 그 어떤 약보다 큰 치료제가 되어 준다는 것을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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