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김열규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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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물은 죽지 않는다.

다만 없어지는 것뿐이다. 잘해야 생명이 사라지는 것뿐이다.

그 이상의 것이 못된다.

인간만이 오직 죽음을 죽는다.

8쪽

최근에는 반려동물의 죽음도 장례를 치르기 때문에 위의 발췌문이 납득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무지개다리를 건너간 동물들과 사후세계에서 재회한다는 말도 있는데 어째서 인간만이 죽는것일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말에 시선을 고정하고 다시 보자. 동물들은 사는 동안 어쩌면 인간보다 더 하루하루를 알차게 혹은 후회없이 보내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혹은 과거에 붙잡여 현재를 살아가지 못한다. 현재를 살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늘 아쉬움이 가득하고 그로인해 죽음은, 모든 것을 끝이나는 순간을 두려워하고 제대로 바라보려는 시도를 하지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잘 죽는 연습‘이 다름아닌 ‘잘 사는 방법‘이라는 것을 염두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하니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제대로 죽음을 마주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선 우리들 생활의 둘레에서부터 얘기를 시작해보자. 우리들의 장례식은 남달리 음산하다. 그게 엄숙하고 장중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 지엄한 격식이 음습한 분위기를 떨쳐내지는 못하고 있다.

105쪽

죽음을 몇 몇 영화에서처럼 반드시 신나고 즐겁게 맞이할 필요는 없겠지만 죽은이의 삶을 애도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면 지금처럼 음산한 분위기보다는 따뜻한 분위기가 더 잘어울리지 않을까. 죽음을 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것은 그런점에서 축복이라는 누군가의 말도 공감이 된다. 물론 이런 경우는 억울하거나 급작스러운 죽음이 아닐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죽은이의 대한 애통함을 담은 <방랑의 마음>,<제망매가> 그리고 <바리데기>를 통해 남겨진 이들의 삶과 한이 어느정도인지 보여준다. 특히 <바리데기>의 경우는 산자가 죽은이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과정을 통해 누군가의 한을 대신 풀어주거나 엄청난 시련을 통해 성장해가는 죽음이 곧 죽음이 아닌 생으로 승화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이토록 고귀한 죽음이 최근에는 너무나 가볍게 여겨지는 것을 저자는 탄식한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이제 인간만이 죽음을 죽는것도 아닌데라고 반문한이들이라면 더더욱 이부분이 와닿을 것이다. 특정 사고, 사건을 통해 우리는 죽어간 이들의 아픔보다는 어떻게, 왜, 얼마나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 때때로 이유없는 ‘살해‘일 경우는 그 대상이 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게 된다. 뿐만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언급하며 뇌사와 안락사에 대한 의견을 낼 때 과연 그들의 존엄은 누구를 향해있는 것인지 의문시 된다.



사무사책방의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우리가 죽음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단순한 감정이상의 것을 사유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잘 죽을 수 있는 법‘은 결국 현재의 내가 잘사는 것 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나의 죽음 뿐 아니라 우리의 죽음을 진정으로 애도할 때 가능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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