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바다로
나카가미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8세, 바다로


18세. 아직 무언가를 하기에는 미숙하지만 스스로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을것만 같은 나이. 책 표지에 '너무도 잔혹한 젊음'을 표현했다고 한 것이 과언이 아닐정도로 처음 등장하는 이야기부터 만만치 않은 내용이었다. 7개의 단편 소설 혹은 시로 구성되었는데 한 사람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혹은 한 사람의 이웃한 이들의 이야기같기도 하지만 전혀 무관한 이들의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건 자신이 가진 젊음이 긍정적이고 희망적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제약이 많고 그로인해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껴지는 이들의 방황기일 수도 있겠다. 


나는 자신이 느끼는 슬픔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여자처럼, 그것도 사춘기의 낭만적인 감상에 젖은 여자처럼 눈물이 흘렀다. 두 사람이 죽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 죽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75쪽


가장 기억에 남았던 두 작품, <다카오와 미쓰코>, <사랑 같은>으로 먼저 다카오와 미쓰코는 자살을 돈벌이로 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으로 열심히 땀흘려서 일을 하거나 맹렬하게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카오와 미쓰코는 재즈와 약에 취해있고 무엇보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청춘에 중독되어 있었다. 그들에게는 죽음이라는 것이 크게 두렵지도 않고 함께 있지만 그렇다고 크게 집착하지도 애지중지 하는 느낌도 없다. 그저 똑같이 젊음에 중독되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우연찮게 자살의 원인을 누군가에게 전가시켰을 때 위로금에 해당하는 돈을 갖게 될 수 있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러다 진짜 죽을수도 있을거라는 두려움은 없다. 왜냐면 그들에게 죽음은 아주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삶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살을 꿈꾼다고, 아니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들 한다. 삶이 괴로워서, 무미건조해서 혹은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 녀석'은 도대체 어떤 동물일까, 하고 생각했다. 지구상의 동물인 건 틀림없을 텐데, 인간의 손목을 닮은 동물이 동물도감에 실려 있지 않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새로운 발견 일지도 모른다, 85~86쪽


<사랑 같은>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여성의 손모양의 물건을 여자친구를 비롯해 다른이들에게 들킬까 염려한다. 처음에는 그 손의 역할이 위안을 삼는 정도였다면 나중에는 여자친구를 떠올리거나 혹은 대체하는 지경에 이르고 결국에는 그런 사실을 고백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만의 고민이며 소유라고 여겼던 그 손의 존재가 누구나 돈만 가지면 소유할 수 있는 보통의 물건 중 하나였음을 깨닫게 된다. 젊은 날, 혹은 청춘들은 방황한다. 이 사회를 넘어 이 세상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인다는 사실에 괴로워하고 또 반대로는 자신의 움직임과 외침이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에 환호한다. 하지만 결국 그들도 이전에 있었던 그 수많은 소리와 웅얼거림 사이에 하나였음을 깨닫는 순간 타협하거나 도태되고 만다. 그것이 이념을 향한 열정이든 이성에 대한 애정이든 결국 사랑 같은 무언가가 우리의 청춘을 통과해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18세, 바다로 속에는 친구의 죽음, 가족의 방황 그리고 방관자로서 무덤덤하게 지켜보는 듯하지만 결국은 그 곁에서 상흔을 입은 수많은 '젊음'들이 등장했다. 이미 그 시기를 한참 전에 지났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만큼은 지금의 내가 아니라 그 때의 나는 어땠을까 하며 읽었다. 나는 과연 저자가 말하는, 혹은 작품 속 인물들이 찾아간 바다에 간 적이 있었는지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