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날 철천지원수의 땅에서 자유를 노래하다 - 주성하와 탈북 청년들의 아메리카 방랑기
주성하.조의성 지음 / 북돋움coop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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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날 철천지원수의 땅에서 자유를 노래하다





주성하와 탈북 청년들의 아메리카 방랑기로 현직기자인 주성하와 조의성 그리고 함께 여행했지만 사정상 집필에는 참여하지 못한 오스틴의 미국여행기다. 책을 읽기전에는 마냥 신기하게 바라볼 것인지, 아니면 경제력을 떠나 그들이 누리지 못한 다양한 부분에서의 자유로움을 받아들일 때 그 간극에 대해서 이야기 하게 될지 기대가 되었다. 막상 책을 펼쳐보니 그곳에서 공부를 하고 직장을 다니고 있는 그들이라서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이들을 보니 새삼 야릇한 생각이 들었다. 북한에선 미국 사람을 미국 놈이라고 배웠고, 미군은 승냥이 미제 침략군이라고 교육을 받았다. 그 논리에 따르면 오스틴의 양부는 남조선에 침략군 장교로 왔던 승냥이 미제가 되는 셈이고, 아들은 중동으로 파병되는 미제 악당인 셈이다. 66쪽


지금은 한국에서 거주하기 때문에 시대적상황을 제외하고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이들이 아직 북한에서 살던 시절, 그들에게 미국은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가고 싶은 나라'가 아닌 '가서는 안되는 나라'는 물론 꿈을 꿀수도 없는 나라였을 것이다. 여행 중 서로 나누었던 대화를 위주로 적겠다고 했지만 나처럼 아직 미국을 가본 경험이 없는 이들의 호기심을 채울 정도의 여행지에 대한 정보와 역사가 자주 등장해서 몰입하기 쉬웠다. 텍사스는 본래 멕시코에 속해있었지만 1836년 텍사스 의용군과 멕시코군 사이의 전투를 통해 독립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요새 한가운데에 있는 숙소에 머물렀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과 텍사스 사람들은 만약 멕시코 영역이었다면 어땠을지, 오히려 미국 국민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하는 저자의 생각에 나또한 그렇게 생각이 되었다. 어쩌면 저자 역시 분단으로 인해 어느 누군가는 자유의 나라에서, 혹은 그 반대의 입장에 놓이게 되었을때의 기분을 간접적으로 소회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랜드캐니언을 떠올리면 맨 먼저 의성이 때문에 마음 졸이던 생각부터 날 듯하다. 졸이는 정도가 아니라 여러 번 간이 떨어졌다. 의성이는 수백 미터 벼랑 끝에서 달리고 폴짝 뛰면서 사진을 찍었다. 97쪽


그랜드캐니언은 미국여행 팜플렛에 주요 관광지로 이들은 헬기를 타고 그곳을 둘러보았다면서 편치 못했던 상황을 이야기했다. 간혹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를 보면 사진에 대한 과욕으로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는 내용이 떠올랐는데 안타깝게도 사진때문은 아니었지만 실제 추락사건이 있었다고도 했다. 여행중간중간 그들이 미국을 방문하기전, 그리고 북한에서 공부를 하며 교육받았던 미국과 실제 미국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이곳 한국은 어떻게 미국을 이야기하는지 생각해보았다. 넘치는 기회의 땅인 것은 물론, 영어, 이 하나만으로도 무조건 희망을 품게되는 곳이지 않을까. 이들은 한국의 아이들처럼 크리스마스가 종교와 상관없이 모두의 축제라는 개념이 자리잡지 않았다. 저자는 이를 세뇌되지 않음이라고 했는데 이런 부분들이 그곳과 이곳의 차이를 크게 느끼게 했다. 그런가하면 극박한 상황속에서도 위트를 발휘하고 심지어 죽음마저도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편치 않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가 같은 민족임을 느끼게 했다.


당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추도사를 하는 아들 부시 대통령의 동영상을 보고 놀랐다.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애도에 웃음과 눈물이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211쪽


이들 세사람을 이야기할 때 '탈북'이란 단어를 떼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이런 부분을 이미 알고 읽어서인지 중간중간 나또한 '이곳, 그곳'이라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피해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나와는 다른 시선을 이해하는 하나일 뿐 그들말처럼 '삶의 여행 같아지기를'바라는 마음, 지나치게 무겁지도, 심각하지도 않고 유연하게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떠날 수 없는 요즘 누군가의 여행기는 참 소중하고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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