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를 위로하는 중입니다 - 상처를 치유하고 무너진 감정을 회복하는 심리학 수업
쉬하오이 지음, 최인애 옮김, 김은지 감수 / 마음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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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위로를 구하거나 지나치게 의지하는 것을 지양하는 요즘, 바로 나 자신이 문제의 열쇠라고들 말한다. 무턱대고 잘했다고 칭찬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모른척 하는 수준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치유'의 방법으로서 나를 위로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듣고자 이 책을 읽었다.



책에는 저자의 이야기부터 저자가 상담한 내담자들의 사례가 약간의 각색을 거쳐 소개된다.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사람, 도덕적으로 떳떳하지 못한 관계에 빠진 여성부터 남편 혹은 자녀와 갈등 중인 사람까지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지만 결국 문제의 원인이 나 자신 혹은 상대방에게 있는지를 따지기보다 진정으로 해결하길 원한다면 내 자신의 생각을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무작정 상대방을 용서하라거나, 용서받기 위해 억지스레 만나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서문에 적은 것처럼 상대방의 용서만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변해야만 내가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캐서린 조의 <네 눈동자 안의 지옥>속 캐서린은 데이트 폭력을 당하면서도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상대의 폭력을 감싸안으려고만 한다. 그러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닌 그저 자신의 뜻대로 맞춰주는 존재였다는 사실을 깨닫고서야 그를 떠날 수 있었다.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녀를 지옥에서 구할 수 있었던 사람은 결국 그녀 자신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 사회가 '사랑하지만 무능한' 상태에 있는 어른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느낀다. 자녀들에게 먼저 부모를 이해해보려 노력하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부모의 무능함도 역시 사랑이라는 사시릉ㄹ 알면 실은 우리 모두가 사랑이라는 과업에서만큼은 끊임없이 성장하며 배우는 중임을 깨닫게 된다. 96쪽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도 알고 보면 오로지 생존을 위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때가 많다. 186쪽


후회라는 감정에 깊이 빠지면 말해도 소용없다고 느끼게 된다. 말해봤자 이미 벌어진 일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을 다물고, 아직 종결되지 못한 감정에 붙잡혀 홀로 허우적 댄다. 이러니 생활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312쪽


무언가 계속 불안하거나 상대방 혹은 모든 것이 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여기며 후회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마음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불만족을 해결되지 못하고 이어지는 것을 심리학 이론으로 '미해결 과제'라고 하는데 이는 과거에 붙들려 현재를 살아갈 수 없음을 말한다. 이 책을 먼저 읽고 추천평을 쓴 사람들은 내담자의 사례뿐 아니라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는 점을 가장 먼저 장점으로 꼽았다. 또한 사례안에 전문용어를 넣어가며 혼란을 야기하지 않고 사례가 종료된 후 알기쉽게 내담자가 겪었던 심리적 장애가 어떤 이론에 해당하는지를 풀어주어 이해를 도왔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였다.


이 책은 종교서가 결코 아니지만 과거를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 문제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해결을 위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는 것, 무엇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등 교리서에서 강조하는 내용들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4주간의 사순시기 동안 모든 문제와 고통의 원인이 내가 아닌 부모, 형제, 자녀, 직장동료 혹은 과거의 연인이 아닌 '나'였음을 반성하며 이 책을 더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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