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먹었던 음식을 내가 먹네 걷는사람 에세이 8
홍명진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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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진 작가의 <엄마가 먹었던 음식을 내가 먹네>를 읽는 내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엄마가 해주신 음식, 아빠와의 추억과 유년시절이 떠올랐다. 가슴시린 추억마저도 덤덤하게, 그래서 어쩌면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었던 그 솜씨좋은 실력에 감탄했던 것 같다.


저자와 일대일로 만난다면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어떤 기억을 되살렸고, 어떤 음식을 꼭 직접 부모님께 대접하고 싶었는지 혹은 저자와 달리 내게는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음식은 무엇인지를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뱃사람 답게라는 표현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아버지도 술을 자주 드셨다고 했다. 그런데 마치 그 이야기에 아련한 마음이 드는 것이 무엇일까.

맘에드는 지인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건네며 상대방의 반응을 초조하게 기다려본 추억, 기대만큼의 반응은 없었어도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마음 한 구석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말았던 이야기도 참 좋았다. 추운날씨에 해녀인 저자의 어머니가 성게며 미역을 채취하러 가는 순간들을 떠올리며 방송이나 다른 책을 통해 접했던 해녀분들의 투박한 손들도 떠올랐다.

<엄마가 먹었던 음식을 내가 먹네>의 또다른 강점은 몇차례 언급한 것처럼 일러스트에 있다. 사실적이면서도 묘하게 동화적인 풍경을 담은 일러스트가 오히려 실제 음식 사진을 본 것보다 더 크게 각인되었다. 리뷰에 담겨진 저 우무의 일러스트만 보더라도 세상에 핑크와 우무라니!
생각지도 못한 저 배색은 우무대신 흔히 사용되는 과일이나 인형과 같은 소품보다 훨씬 더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나이가 들고보니 어린시절 아프거나 유독 식탐이 생겼던 음식보다 엄마의 권유나 회유에도 먹지 않았던 음식들이 그렇게나 간절해진다. 두 시간이면 닿을 곳에 살아계시는데도 엄마의 음식, 그 보통의 반찬들이 이토록 그리운데 저자는 이토록 무거운 그리움과 간절함을 결코 부담스럽지 않게 한 권의 책으로 탄생시켰다. 덕분에 마음의 허기가 어느정도 채워지는 귀한 시간을 보냈다. 다른 분들도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라며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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