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자막이 첨부된 해당 영상에서 문 대통령은 한인 최초의 주지사 영부인이 된 유미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말했다. 그런 다음 그는 나를 한국 국민의 사위라고 칭했다. 그의 그런 말은 우리에게 실로 많은 것을 의미했다. 450쪽

책의 겉표지에는 ‘한국 사위 메릴랜드 주지사 래리 호건, 그 불굴의 삶과 원대한 비전‘이라는 부제가 적혀있었다. 한국 사위라... 국내 독자들에게 친근함을 주기 위해서인가 싶었는데 읽다보니 저 문구를 넣은 것이 그런 단순한 이유만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민주당의 표가 월등하게 높은 지역에서 재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래리 호건의 이야기는 그가 험난한 일정을 마치고 별거 아닌 줄 알았던 목주변의 혹이 결과적으로 암이었음을 알게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투병생활을 잘 견뎌내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은 책을 다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었지만 그 과정이 궁금해 차례대로 읽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래서 유년시절과 정치인으로서의 행보, 아내를 만나게되는 과정들은 나중으로 미루고 후반부 부터 읽어야지 했었는데 읽다보니 그럴필요가 없었다. 그의 이야기는 곁에서 자신의 모험담을 들려주는 듯 조금의 지루함도 없었다는 의미에서 흥미롭고 경쾌했다. 물론 그의 시련과 장애가 닥쳐올 때면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상황에서 이토록 여유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지 의아하기도 했다.

머무를 것인가, 떠날 것인가? 갑자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내가 마땅히 해야 하는 바를 알고 있었다. 33쪽

그에게 찾아온 첫 시련은 부모님의 이혼이었는데 사실 본인 스스로 위기였다고 밝히지 않았다면 그렇게 큰 시련인 줄 깨닫지 못할 정도다. 다만 아내와 엄마의 입장에서는 마흔이 넘어 남편과 헤어져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그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의 아버지의 장점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괜한 불쾌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한가지 면을 보고 그 사람의 모두를 아는 것처럼 판단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되는 만큼 래리 호건의 정치생활에 있어 그의 아버지가 끼친 영향력은 분명 배울점이 많았다. 닉슨 정부시절 그의 아버지가 보여주었던 일화가 그랬다. 내가 지지하고 속해있는 정당만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옳고그름을 분명히 하는 것, 설사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공이 날아갈지라도 과감하게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용기있게 실행에 옮기는 모습은 그의 사적인 잘못이 조금도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뿐만아니라 자신이 속한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마음만을 붙잡을 것이 아니라 다른 정당의 사람들도 만족할 수 있는 정치를 하려는 두 부자의 모습은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위정자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나는 폭동을 진압해본 경험이 없었다. 주지사라는 호칭도 이제 겨우 익숙해진 상태였다. - 중략-
하지만 다행히도 나에게는 함께 일할 강력한 팀이 있었다.
나는 그들과 나 자신을 믿었다. 나는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199쪽

정치를 하기 이전의 래리 호건의 일화들도 마치 성장소설의 등장하는 호기로운 청년의 모습처럼 재미있었지만 정치에 입문 한 후 그가 보인 행보들도 기억에 남는다. 미국에서 인종차별과 관련해 읽어나는 폭동과 관련된 사건들의 해결과정을 이렇게 진지하게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없어서인지 그 어느때보다 긴장감있게 그리고 완벽한 타인이 아닌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이미 지나간 이력을 회고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주지사로서 팬데믹에 대처하고 또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읽었던 정치인들의 이야기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규모와 사건의 내용은 다를테지만 굵직굵직한 장애들을 극복해가는 래리 호건의 이야기는 여러가지 부분에서 고민하며 읽을 수 있어 좋았다. 400페이지가 이렇게 빨리 읽히다니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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