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여긴 사고가 나서는 절대로 안 되는 곳이야.˝
얘기를 들을수록 답답해진 강민규는 말없이 맥주를 들이켰다. 그런 강민규에게 원종대가 깊은 한숨과 함게 말했다.


˝여긴 대한민국이나 북한이 아닌 제3의 공간, 아니 제3의 도시라고.˝

사고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곳, 개성공단. 원종대는 바로 그곳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의 근로자와 브랜드가 입점해 평생 한 번 대면하기도 어려운 북한사람들과 함께 머무는 곳에서 원단과 완제품이 정기적으로 밀반출되는 일들이 반복된다. 원종대는 현재 탐정으로 활동중인 강민규를 찾아와 사건의 해결이 아닌 범인이 누구인지만 파악해달라고 요청한다. 이런저런 제약이 많은 제안에 거절하지만 당장 경제적으로 여의치 못한 현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개성공단으로 향한 강민규는 정착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물건들이 어떻게 반출되고 범인의 윤곽을 찾아낸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 높은 지위와 권력, 많은 인원이 그일에 가담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뜻밖에 살인사건까지 일어나는 등 소설의 중반까지 속도감있게 사건이 진행되고 군더더기 없는 호기심으로 책에 몰입하게 된다. 특히 해당 지역이 처음부터 지리적으로 북한에 속해있던 것이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북한지역에 포함되었다는 사실, 그런 이유로 개성공단이 들어서기 전까지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된 지역으로 빈곤이 심각했었다는 정보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중반을 지나 독자들에게 살인사건의 진범을 제외한 전체적인 흐름을 알려준 뒤로는 반복적으로 사건의 시작과 진행과정을 정리해주어 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다. 하지만 살인사건의 진범이 누구인지를 쫓는 긴장된 상황과 개성공단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정보에 가까운 내용들이 지속적으로 쏟아져 북한 혹은 개성공단에 대한 관심이 조금만 있다면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긴 하다.
결말에 이르러서야 강민규가 사건을 맡게 된 배경과 관련 해 반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지만 사실 놀랍지도 않은 반전이라 후속작을 염두해두고 집필했던 건 아닐까 싶은 정도로만 느껴졌다. 이런 아쉬운 점들이 몇가지 있긴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거리상은 어느 나라보다 가깝지만 생애 한 번도 손끝조차 닿을 수 없다는 사실때문에 조금이라도 그곳의 상황과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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