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많은 사람이 슬픔도 많아서 - 가장자리에서의 고백
정용철 지음 / 좋은생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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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랑 많은 사람이 슬픔도 많아서>는 한때 서점에 들릴때면 빼놓지 않고 사던 월간 <좋은생각>에 오랜기간 몸담았던 발행인이자 창간인 정용철님의 글과 사진이 담은 것이다. 


책제목에 마음이 쿵한다. 뭔 사랑이 이렇게 많아 나는 슬픔도 그리 많았나 싶어서다. 좋은생각을 발행하며 적어온 다이어리에서 좋은글만 발췌하려고 했던 처음 의도에서 이미 변한 마음과 상황을 고려해 새로이 글을 썼다는 말에 놀랍기도 하고 이런 부분은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린 글들은 엄청나게 교훈적이라거나 감동적인 'MSG가 가득한 글'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보니 중간 중간 펼쳐 읽기도 하고 처음부터 다시 순서대로 읽어봐도 여전히 같은 부분에서 웃음이 나고 혹은 다른 부분에서 마음이 멈칫했다. 그중 몇가지를 좀 더 꺼내들자면, 저자만큼 나이가 먹은 것은 아니지만 예전보다 행동이 다소 느릿해지고 밤눈도 어두워 방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닐라치면 한번씩은 어딘가에 옷이 걸려 짜증을 내곤 했다. 그런것이 마치 강아지나 고양이가 붙잡는듯해 이제는 즐거워졌다는 저자의 말에 요즘말로 현웃이 터졌다. 이글을 읽은 후로는 마치 부러 걸리기라도 할것처럼 행동하지만 안타깝게도 이후로는 옷이 걸리지 않는다. 아내와 미용사가 앞머리의 길이를 두고 의견차가 있었다는 글에서는 '시선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저자도 그렇듯 나도, 그리고 아마 다른이들도 그러할 것이다. 과거에는 호불호가 정확했고, 나의 기준만이 정답인 줄 알았다. 하지만 요즘은 그냥 그려러니 하는데 의외로 나이가 들면 고지식해지고 완고해지는 경우도 없지 않아 어떤 부분은 느슨해지고 또 어떤 부분은 완고해지는 희한한 상태가 바로 나이듦인가 싶기도 하다. 책에 실린 글에서만 그런건지 아니면 실제로 그런지 지인이 아니고서야 알 수 없지만 글만봐서는 참 멋지게 나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나에게 욕심은 없는지, 누구에게 의존적이지 않은지,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은 없는지 세상 짐을 다 지고 가려는 어리석음은 없는지, 누구를 가르치려는 우월감은 없는지를 하나씩 살펴보았다. 이제는 웬만한 일은 통과 시켜야 했고 나와 타인을 향한 시선에 애정과 부드러움을 담아야 했다. 160쪽


아, 모든 사람이 저런 시선과 마음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자신에게 넉넉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생각>을 발행하면서 어쩌면 정말 좋은 생각만 가지게 된 것일까. 저자는 좋은생각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이 감당 못할 괴로움이라는 데 저렇게 좋은 글들을 잔뜩 실은 책을 읽는데 어찌 그런 생각을 아니할 수 있을까. 그것이 내겐 오히려 괴로움이다. 


삶이 무질서하고 산만한 사람도 자신이 하는 일에 꾸준히 정성을 들이면 그도 그 일에서만큼은 일관성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121쪽


여담으로 이 책을 처음 손에 든 이후 연달아 월간 좋은생각을 읽고 있는데 최근호에는 지난 호에 실렸던 좋은글들 중 일부를 몇편씩 다시 실어주고 있다. 지금은 누군가 낯선이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는 식의 내용이 드문반면 과거에는 그런일들이 내게도 있을정도니 참 따뜻했던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누군가 무엇을 도와주려해도 받는 마음이 편치 않고 오히려 다른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부터 들었다. 허나 이 책을 읽으면서, 또 좋은생각을 다시금 접하면서 저자의 말처럼 꾸준히 '좋은 생각을 해'보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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