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계단에서 울지 - 평범한 어른이 오늘을 살아내는 방법
김나랑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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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에는 회사일로 정말 많이 울었다. 김나랑 에디터의 <누구나 한 번쯤 계단에서 울지>란 책이 진즉에 출간되었더라면 서점에서 바로 구매해 단숨에 읽었을거라고 확신한다. 내 경우는 나이를 먹어서라거나 경력이 쌓여 더 이상 울일이 없어졌다기 보다 회사일에 예전만큼 마음을 쏟지 않기 때문에 울 일이 없어졌다. 마음을 쏟지 않는다고 해서 열정이 없거나 대충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야근은 절대 금물이라는 생각에 초집중 상태로 버닝하는 수준이다. 저자의 말처럼 계단에서 우는 일이 줄어든다고 인생 자체의 눈물의 양이 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저자와 연배가 비슷하다보니 그녀의 월급 흑역사 이야기에도 공감이 되었다. 아르바이트 신분에서 정직원으로 승격되었을 때 마치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은 듯 교만에 빠졌던 기억도 있고, 청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통화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전화받는 업무는 늘 지치고 피곤했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1장 내용이 와닿을 것이고 아직 결혼전인 사람들이라면 2장도 마치 자기의 얘기처럼 들릴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바람에 머리칼이 날리는 꿈을 실현했듯, 원하는 풍경에 차를 세우는 여행도 할 것이다. 누가 보면 비웃을 스케일이지만, 내게는 인생의 목표 중 하나다. 사람마다 로망은 다르잖아요? 75쪽


14년간의 싱글생활을 마치고 결혼을 한 까닭에 1인, 혼밥, 혼자놀기, 비혼 등의 단어가 친근하다. 저자와 달리 자전거는 어릴 때부터 마치 타는 법을 알고 태어난 것처럼 잘탔지만 운전은 달랐다. 장내에서 운전을 배울 당시에는 세계일주를 할 줄 알았으나 막상 거리로 나오니 모든 차가 다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처럼 두렵기만 했다. 면허를 취득하고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실운전 횟수는 스무번도 안되는 내게도 자동차 여행은 로망일 수 밖에 없다. 그나저나 저자의 운전학원 강사의 성추행 수준은 아니지만 내게도 그런 안좋은 기억이 있긴 했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내게 30대 중반이었던 강사가 친구들을 소개시켜달라고 끊임없이 졸랐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엄마이야기에는 또 마음이 울컥 하면서도 한 글자 한글자 눈으로 콕콕 찍어가며 읽게 된다. 눈에 콕콕 박혀들어오는 활자는 마음에서도 오래도록 유영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마치 결혼할 것을 알았던 것처럼 결혼하기 직전해 엄마와 단둘이 오키나와 여행을 했을 때가 떠올랐다. 마지막날 엄마에게 화를 내며 집으로 돌아온 것이 늘 맘에 걸리지만 저자의 아쉬운 마음과 달리 여행내내 엄마의 웃는 얼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기에 기쁨반후회반인 그 여행중에 함께 걸었던 그 추억에 감사한 마음이 새삼들었다.






저자의 채식이야기에도 무한 공감과 깨달음을 얻었는데 동물과 관련된 다큐를 볼 때면 머릿속에는 이제 그만 먹자 싶다가도 마음의 허기를 몸의 허기로 착각하게 될 때에는 도저히 끊을 수가 없었다. 그런 내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지만 타인뿐 아니라 내 자신을 괴롭혀가면서 할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타인은 물론 내 자신에게도 무리하게 강요하지 말고 적당히 과하지 않게 먹는 수준으로 마음을 정했다.



나는 고기를 먹지 않는 생활을 선택했고, 다른 사람은 그러지 않을 수 있다. 내 선택을 드러내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면 안 된다. 101쪽

사실 이 책을 읽을 때 가장 먼저 읽었던 부분은 3장이었다. 고2때 짝이었던 아이가 패션지를 엄청 좋아했다. 덕분에 한 권 두 권 빌려보다가 아예 패션지는 물론 피쳐기사까지 섭렵하게 된 이후 피쳐에디터가 작은 소망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쩌다보니 학원강사로 사회에 나오게 되었지만 늘 맘 한쪽에는 에디터에 미련이 남아 서포터즈, 명예기자 등의 활동은 참 오래도록 했었다. 하지만 정작 잡지사에 이력서를 내본적은 없었다. 내 머릿속에는 저자가 말하는 외적으로 완벽하게 완성된 사람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들이 3장에 잘 담겨져 있었다.




어쩌면 저자가 가진 보그의 피쳐 에디터라는 직함은 여전히 내게 참 부러움의 대상이기에 책의 내용들이 더 와닿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혹 #잡지, #에디터, #피쳐 #잡지기자 등의 키워드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그렇다면 이 서평이 분명 ‘공감의 행위‘의 흔적이 될 것이다.

˝독서를 나만의 ‘외로운 행위‘가 아닌 ‘공감의 행위‘로 바꿔야 해요. 같은 눈높이를 가진 독자들이 서로에게 책 읽기를 강제하고, 그 책을 함께 공유하는 ‘함께 읽기‘를 더 시도해야죠.˝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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