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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헤어지고 나를 만났다 - 심리상담사가 전하는 이별처방전
헤이후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이별 후에 남는 씁쓸한 맛은 자신의 진실과 직면했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 직면의 순간은 쓰지만 인생의 다른 맛들과 만나면, 그 맛들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데 쓰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으니까요. 55쪽

이별이 쉽다고 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특히 자신보다 상대방이 더 자신을 사랑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 경우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갈 수도 있다. 마치 그 사람이 아니면 더이상 그때의 '사랑받았던' 그래서 예뻤던 자신의 모습을 영영 못만날 것 같아서다. 헤이후의 <너와 헤어지고 나를 만났다>는 다양한 이별의 쓴맛이 나중에는 아직 만나본 적 없는 맛, 혹은 우리가 바라던 그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줄 수 있다고 말한다. 분명 상대방의 사랑이 아무리 극진해도 내가 나를 사랑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하진 않다. 저자의 말처럼 이별의 이유는 어찌되었든 내가 상대를 혹은 '상대가 그저 나를 더 사랑했을 뿐(45쪽)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책의 제목처럼 나를 만나야만 가능한 일이다. 누군가, 그것도 내가 사랑에 빠지고 싶은 혹은 빠진 사람을 만나러 갈 때의 우리의 준비는 대충 후다닥하지 않는다. 이별도 마찬가지다. 저자의 말처럼 계절이 변화하듯 천천히 그렇게 조금씩 이별을 받아들여야 나를 만나는 것도 여유있게 그리고 제대로 만날 수 있게 된다. 흔히 이별이라고 하면 누군가와 연애하고 헤어지는 과정만을 말하겠지만 책에서는 짝사랑을 끝내는 것도 이별이라고 말한다.
상사병은 상대에게 부여한 힘을 다시 자신에게 가져올 때 성장통으로 지나갑니다. 상대와 관계없이 나의 존재와 나의 의미, 그리고 나의 행복이 나의 목적임을 이해할 때 상대에게 그것을 내놓으라는 소모적인 떼쓰기를 멈출 수 있습니다. 114쪽
짝사랑이든 아니든 이별 후에 여전히 자신의 모든 것을 상대방에 걸어두고 살면 내 삶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때 심해지면 자신을 떠나버린 상대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마치 나의 잘못으로 상대방을 떠나가게 만들었다는 착각으로 그 분노의 화살이 자신을 향하게 된다. 누구를 향한 분노인가와 동시에 왜 분노하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이것을 바탕으로 다음의 누군가를 만났을 때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연애패턴이 비슷하게 흘러간다면 과거 자신이 무엇때문에 분노하고 이별했는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저자는 분노를 제대로 아는 것이 헨젤과 그레텔이 그 대상을 제대로 알아차려 도망칠 수 있었다는 것에 비유했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저자는 이별 후에 온전히 나를 바라보라는 말은 물론 이별하지 않을 수 있도록 연애할 때 제대로, 그리고 천천히 자신과 상대와 관계를 바라보라고 말한다. 헤어지고 나서 나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와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미래가 가능하다면 당연히 이별해서 아파하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도 때때로 변화하는데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와 같은 방식의 삶과 꿈을 바랄 것이라고는 확실할 수 없다. 그런 불확실함으로 결혼을 하는 것의 위험성도 저자는 말해준다. 그렇기에 함께 하면서도 나를 지켜가야하는 중요한 까닭을 설명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