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의 브런치
반지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지현님의 에세이 <스님과의 브런치>는 나를 참 많이 웃게하고 또 그만큼 뭉클하게 만든 책이었다. 초반부터 격하게 공감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그렇지만 무료배송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안 쓸 걸 알면서도 기어코 장바구니에 이런저런 것들을 쓸어 담고, 필요했던 물건보단 그에 딸린 사은품이 갖고 싶어 밤잠을 설치다 -중략- 커피를 사면 사은품으로 락앤락 통을 준다는 말에 갑자기 소유욕이 치솟아 마시지도 못하는 커피를 사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 p.37


저자가 사찰음식을 배우게 된 계기는 맛있었던 그 음식을 다시, 또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사찰음식은 심신의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한 것 혹은 수련위주였기에 오히려 더 와닿았다. 연차를 쓰면서까지 사찰음식에 빠지게 된 까닭은 무조건 과하게 그리고 빠르게만 선호했던 과거와 달리 느리게 그리고 가볍게는 물론 조리방법이 다양하듯 삶을 대하는 방법도 다양하며 매번 다를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주었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사찰요리 일러스트와 사진도 맛깔나게 잘 어우러져 보는 맛을 더했다. 소제목들 또한 감칠맛을 더하는데 '너무 맛있어서 헛웃음 나옴'이라던가 '뿌리의 힘을 믿어요'등 제목만 봐도 어떤 음식이 등장하고 또 저자는 어떤 감흥을 담아냈는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육근탕의 경우 아직 사찰음식이 익숙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수업에서 제외시켰던 과거와 달리 정효스님의 경건한 수업분위기를 전하며 한 그릇의 음식에 담아내고자 하는 따뜻함과 배려가 짐작되어 꼭 한 번 맛보고 싶은 음식이기도 하다.



육근탕을 한 숟가락 뜬다. 뿌리를 먹으며 잊었던 뿌리를 비로소 생각하는 계절이다. 세상의 뿌리 같은 이들이 뿌리를 먹으며 기운 내기를. 나 역시 고요히 나의 뿌리를 내릴 수 있기를, 흔들림 없는 뿌리가 되기를. p.109



서두에 잠시 언급했지만 사찰요리라 하면 화려함보다는 정숙한 분위기와 심심한 맛이 특징처럼 여겨졌는데 결코 그렇지 않았다. 저자처럼 내게도 시각의 변화를 일으킬만큼 다채롭고 달달함마저 느껴지는 요리들이 정말 많았다. 물론 책에서도 잠시 나온것처럼 모두에게 사찰요리가 맛있고 흥미롭게 느껴지진 않을것이다. 그럴 때는 죽요리처럼 우리가 예상했던 천천히 그리고 오래 정성과 시간을 들여가며 완성되는 요리와 그런 방식을 삶으로 가져와 유연해질 수 있는 깨달음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