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틀랜드 -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쫄딱 망하는 삶에 관하여
세라 스마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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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니면 이런 식으로, 내 딸한테라면 뭐라고 말하지? 내 딸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247쪽


저자 세라 스마시는 가난한 백인 가정에서 태어나 드물게 대학을 들어가 원인을 알 수 없이 그저 운명처럼 받아들이기만했던 가난이 사실은 자신의 조부모, 부모의 탓만이 아닌 사회의 문제이자 쉽사리 벗어날 수 없는 굴레임을 가상의 딸에게들려주는 방식으로 집필하였다. 미국의 백인은 모든 차별에서 제외되었것으로 보일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1920년 전후로 약물은 접근하기 쉬었고 그로인해 10대 소녀의 임신도 특별할 것이 없었다. 세라 역시 주변의 아이들처럼 물리적이자 뿌리의 개념인 집에 천착했다면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가상이 아닌 현실의 딸을 홀로 혹은 이혼한 상태에서양육비를 벌기 위해 아둥바둥 하느라 자신에게 씌어진 가난의 덫을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몸은 중노동을 할 운명으로 태어났어. 베티 할머니가 “손가락 하나도 들어 올릴 필요 없는 이들”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를 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야. 그렇지만. 이런 삶에는 완전히 소진되어 아무 힘도남지 않았을 때에도 끝없이 신체적 기능을 수행하는 아름다운 효율성이라는 게 있지. 어떤 면에서는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내가 약해지지 않고 더 강해진 기분이 들어. 75쪽


시대와 사회를 넘어서 남자에게 그리고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은 그 정도가 다르긴 해도 늘 존재해왔다. 베티할머니는여자이기 때문에 남편에게 아들을 빼앗겼지만 단 한번도 스스로 엄마이기를 포기한 적은 없었다. 세라가 가상의 딸에게들려주기 위해 혹은 답하기 위해 불평등한 상황에서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베티할머니도 나름의 방식으로 아들을 지키고자 했다. 이런 점에서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회경제적 간극을 뛰어넘는 사람이 왜 이렇게 적을까. 여러 복잡한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단순명료한 이유가 있어. 거길 가로지르려면 무척 힘들고 고통스럽거든. 그때가 내 삶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어. 378쪽


가난 한사람들이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던가. 가난한 사람은 대책없이 아이를 낳는다던가 하는 철없고 이기적인 이야기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가난한 부부가 도움을 구하는 기사일 것이다. 책임도 못질 거면서 낳기만 하면부모냐는 책망과 함께 말이다. 하틀랜드를 비롯 가난을 직접 겪어본 이들의 책을 읽으면 가난이 특정 개인이나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지만 이를 바아들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성적을 얻고열심히 노동하면 경제적 안정을 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애초에 가난한 사람은 마치 사람이 태어나 가정을 이루는 것이 죄라고 말한다.


가난하다, 곧 poor라는 단어가 돈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나쁘다는 뜻으로도 쓰여. ‘건강이 나쁘다poor health’, ‘시험점수가 나쁘다poor test resultss’ 등과 같이. 개인이 능력만 있으면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 나라에서 가난한 사람은스스로를 나쁜 사람이라고 여기기 쉽지. 나를 키워준 분들도 스스로를 나쁘다고 생각하는 일이 많았어. 그래서 나도 나쁜아이인 것처럼 취급받았지. 406쪽


책에서는 페미니즘이나 사회운동에 대해, 차별에 대해 소리를 내는 것을 두드러지게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여성들이 소리를 낼 때, 부당함에 휘어질 수 밖에 없을 때 그대로 쓰러지기를 택하기 보다 연대하는 것의 중요성과 힘을 폐광을 이끈한 사건을 언급하며 보여준다. 저자는 특정 세력이나 종교 혹은 이론과 가난을 변명하거나 원망하기 보다 가난이 세대를거쳐 이어질 수 밖에 없는 현실과 그 참혹성을 성장과정과 가족사를 통해 덤덤하게 그리고 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가진 능력과 함께 진실을 전하고자 하는 가족의 협조 덕분이다.


가장 깊은 존경심은 힘든 삶을 유머와 존엄을 잃지 않고 버텨내준 가족에게 바칩니다. 내가 우리의 과거를 이야기하겠다며 격려를 부탁했을 때, 식구들은 용감하게 그러라고 말했습니다. 중략,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또 그것이 진실이니까.4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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