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어 - 면우 곽종석의 지식백과
곽종석 지음, 조홍근 옮김 / 아우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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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학 #면우곽종석의지식백과몽어




결혼 후 남편의 형을 무어라고 부를까. 면우 곽종석의 지식백과 <몽어>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부인이 남편의 아버지를 시아버지, 남편의 어머니를 시어머니 남편의 형을 형공, 남편의 동생을 소랑, 남편의 누이를 여공, 남편의 누이동생을 소고라 이른다. -130쪽

근래 여성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에 들어가보면 시누이를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은 여성 스스로를 낮추는 것과 같다며 해당 호칭에 대해 강하게 거부하거나 불리지 않겠다는 내용의 글들을 종종 보게 된다. 아가씨라 부르는 것이 아무래도 부리는 사람이 상전의 자제 중 여성을 높여 부르는 것이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몽어>에서 알려주는 위의 내용처럼 '여공' 그리고 '소고'라 부른다면 이런 감정적인 소모는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몽어>를 읽기 전에는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한자 공부를 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읽다보니 이전에 알지 못했던 호칭은 물론 위의 예시처럼 바꿔부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공'역시 손위 시누이에 대한 존칭이기에 이또한 부담스럽다고 할 사람들도 있을것 같긴 하다. 하지만 두 사위가 서로를 일러 부르는 표현은 아마 누구라도 맘에 들것이다. 벗, 동요라는 의미의 우와 요를 붙여서 우서, 요서라 부르는 것이다. 이 표현처럼 맘에 드는 단어는 '습기'를 <몽어>에서 어떻게 풀이했느냐 였다.



비 기운이 해를 비추면 무지개 되고, 물 기운이 해를 비추면 노을이 되고 차가움이 가라앉아 응결되고 흩어져 우박이 된다. 72쪽

사전의 풀이치고는 꽤 낭만적인 표현이자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꾸밈없이 그저 자연의 순리를 표현했을 뿐인데도 이전에 우리가 '습기'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몽어>의 집필 시기가 오래 전 과거이기 때문에 모든 기준이 '남자'를 두고 쓰여졌다는 사실이 서두에 언급한 유사한 이유로 조금은 불편했다. 오륜을 해설 해주는 253장편에는 사람의 오륜에 있어 가장 첫 윤리가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도리'를 언급하며 굳이 아버지, 아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녀사이에는 이라고 표현했더라면 현 시대의 글을 마주하는 나와 같은 여성들도 단어가 내포하는 '존경'과 '윤리'에 좀 더 선입견 없이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는 <몽어>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와 사회의 문제라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몽어. 아동, 어린아이, 어리석다. 몽매하다. 라는 의미를 가졌으며 조카를 위해 집필한 만큼 인간의 도리, 호칭, 관계, 친구와 배움 등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실수를 범하지 않게 요목조목 잘 담겨져 있다. 역자의 말처럼 그때와 비교해 지금의 아이들이 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아이에게 친인척과 관련된 호칭이나 성별을 떠나 인간으로서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중요한 도리에 있어서 이야기해줄 때는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읽는 내내 지금의 단어와 비교하듯 익힌 것처럼 아이와도 비유와 함께 선호하는 이유를 서로 주고받으며 대화하는 시간을 즐겨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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