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인, 신실한 기독교인, 채식주의자, 맨유 열혈 팬, 그리고 난민 - 논문에는 담지 못한 어느 인류학자의 난민 캠프 401일 체류기
오마타 나오히코 지음, 이수진 옮김 / 원더박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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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 into our life deeply with your own eyes and listen to our voices.

네 눈으로 직접 우리의 삶을 깊이 들여다봐 줘. 그리고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줘. -책의 시작과 끝-



<아프리카인, 신실한 기독교인, 채식주의자, 맨유 열혈 팬, 그리고 난민>은 아직 박사과정 중이던 저자 오마타 나오히코 교수가 가나에 설치되었던 부두부람 캠프에서 난민들의 경제상황 및 경제력에 관한 연구를 하며 체류했던 401일간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우선 번역이 정말 잘되었다는 말을 리뷰 시작부터 꼭 하고 싶었다. 원문을 비교하며 판단한 전문적인 평가는 물론 아니지만 책을 읽으면서 마치 국내 대학원생이 자국어로 쓴 글보다 훨씬 더 쉽고 잘 이해되었기에 이부분을 꼭 언급하고 싶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면 맨 위에 발췌문은 저자가 부두부람 캠프에 갔을 때 처음 만났던 그리고 함께 동거동락했던 저자와 마찬가지로 연구자가 되고 싶어했던 알포소가 했던 말이다. 알폰소 뿐 아니라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던 쥬디스 역시 저자가 자신의 학위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난민들의 처우개선과 제3자의 인식의 전환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길 원하는 바람이 담겨져 있다. 사실 책 제목만 보면 우리가 생각해왔던 헐벗고 굶주리며 기본적인 생활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과는 달리 종교활동은 물론 취미생활까지 충분하게 잘 누리고 있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난민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며 가치관과 취향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봐야할 것이다. 사실 몇몇 사건으로 인해 국내에 거주하는 난민들이 위협적으로 다가올 것이 두려워 난민유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한국을 비롯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에서 받아들이는 난민의 수는 고작1%밖에 안되고 오히려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빈민국에서 주변국의 난민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문제는 난민의 거주횟수가 5년이 넘어가게 되면 장기로 보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수용국에서 더이상 지원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그들에 대한 처우가 점점 더 낮아진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난민보호소라는 것이 기본적인 생활의 최소한을 유지하게끔 마련된 장소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그들이 머문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정신적인 안정마저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다시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걸까. 내전으로 인해 난민이 되었을 경우 본국이 여전히 정치적,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돌아갔을 때 자립을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난민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점도 있고 무엇보다 내전당시 반란군에 의해 가족 혹은 친인척이 피살되거나 피살되는 현장을 목격한 경우 본국에서의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방법외에도 현재 거주하는 수용국에서 뿌리를 내리는 방법도 있는데 이는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무엇보다 부두부람 캠프에 들어온 라이베리아 사람들이 사실은 미국 해방노예들이 원래 라이베리아 원주민들의 허락없이 밀고들어와 정착한 후 기존에 원주민과 아메리카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사이에서 분쟁이 일어났던 만큼 수용국과 난민 사이에서의 분쟁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 부두부람 캠프의 존속이 장기화되자 가나인들의 불만이 커졌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난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은 선진국으로 재정착하는 기회를 얻는 것인데 책에서는 이를 '로또'라고 표현했다. 사실 미국이나 캐나다 이민은 난민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기회'라는 측면이 강하다. 저자역시 캠프에 머무는 동안 지속적으로 여러 난민으로부터 '기회'의 끈을 연결해달라는 부탁을 엄청나게 받았으며 그것이 심각해 저자가 화를 냈던 일화도 책에는 소개되어 있다.


"알겠어. 당신이 학위를 받고 나중에 정말 유명한 학자가 되면 그걸로 된 거야. 그러면 UNHCR이나 가나 정부도 당ㅇ신의 말에 귀를 기울일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약속해. 당신의 조사에 협력할테니 꼭 이 조사를 책으로 내 줘. 나에 대한 사례를 그 책에 "쥬디스의 협력이 없었다면 이 책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책에 꼭 쓰는 것. 알았지? 약속이야."302쪽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리뷰 서두에 밝힌 것처럼 무조건적인 난민수용이 아니라 난민들의 현실과 처지를 제대로 바라보고 그들의 상황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닐 수 있음을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자주 회자되는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눈먼 장님이 앞을 볼 수 없다는 푯말을 들고 구걸을 했지만 그다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한 시인이 푯말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봄을 볼 수 없습니다'라고 바꿔주었더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그 이야기처럼 난민캠프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난민이라는 이유로 어쩌면 아무렇지 않을 저 제목이 더이상 다른 시각으로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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