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알맞은 걸음으로 - 졸혼, 뇌경색, 세 아이로 되찾은 인생의 봄날
아인잠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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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잠 작가의 <내 삶에 알맞은 걸음으로>는 졸혼, 뇌경색 그리고 세 아이를 홀로 키우게 된 현재와 과거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겠다는 다짐과 각오가 담겨있다. 이미 졸혼에 관해 한 권의 책을 집필했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가정으로 돌아가라‘는 어이없고 무례한 말들을 쏟아붓는 이들이 많아서인지 그와 관련된 내용이 절반이 넘는다. 처음에는 이혼이 잘못이라서가 아니라 굳이 무언가에 대해 그렇게 열심히 변명하고 부연설명을 덧붙이는 듯한 저자의 태도가 안쓰럽고 불편했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녀가 왜 이렇게까지 쓰고 또 써야하는지를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아마 중반까지만 읽고 말았더라면 불편한 상태가 지속되었을테니 저자보다 내게 더 시간낭비였을 독서였을 것이다. 중반이 지나면서부터 저자가 우리에게 진짜 제대로 잘 살라고, 책 제목처럼 자기들의 삶에 맞는 걸음을 걷지 않았을 때의 상황이 어땠으며 또 걷겠다고 나서려면 어떤 준비와 각오를 감당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는 아마도 ‘나는 결코 내 삶에 맞는 걸음으로 걷지 못할거야‘라는 자기비하와 절망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내가 노력하는 지금은 그 정도에 머물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 주고 도움이 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그것이 진정한 자주독립이고 내가 추구하는 양육 모델로서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97쪽

독립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세상은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음을 인정하고 이를 위해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저자가 독립을 결정했을 때,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 그리고 첫 책을 출간했을 때 곁에 있어주던 사람들 중 공통된 부분도 있을 것이고 다른 점도 있을 것이다. 다만 ‘지원군‘이 있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과연 내게는 혹은 저자와 같은 처지에 있으면서도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가 혹 ‘지원군의 부제‘는 아닌가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찌저찌 경제적인 것은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돈으로 채울 수 없는 부분을 채우려면 보호자부터 사람들과의 관계 자체를 부정하거나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끝난 것은 결혼이고 혼인관계이지 부모자식간의 관계가 끝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아이가 살아갈 사회자체로부터 독립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래서인지 관계에 대한 중요성과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베풀고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반복적으로 설명해준다. 졸혼 혹은 이혼을 염두하지 않은 세상의 모든 엄마 혹은 아빠, 남편 혹은 아내들이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낀다는 것이 집착과는 다르다는 것, 애착을 형성해야 할 시기에 충분하게 아이들과 함께 해주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는 것, 부모는 평생 자식들의 걱정을 안고 살아가는 관계임을 인정하고 불편해 하기보다는 덜 걱정하실 수 있게 열심히 살면서 거짓으로 행복한 척은 하지말것,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할 수도 있는 상황을 피하기 보다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 많이 갚아줄 것을 다짐하는 것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저자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나의 삶을 진심으로 고민하게 만들지만 결론은 ‘희망‘을 품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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